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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낡았어도 위험하지 않으면 재건축 어려워 '반발 예상'

무너질 정도의 위험이 아니면 재건축하기 어려운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이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 목동 등 아직 안전진단을 의뢰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 중 안전진단을 진행하지 않은 서울 아파트만 10만여 가구에 해당한다.

4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안을 5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기준은 5일부터 시·군·구청장이 민간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한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이 방안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항목별 가중치를 ‘구조 안전성’을 20%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주거 환경’을 40%에서 15%로 내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파트가 낡았어도 위험하지 않으면 재건축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거의 모든 단지가 제약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던 상황.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 중 96%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정부가 이를 깐깐하게 재검증하면 재건축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정부가 안전진단 강화를 강행하는 것은 재건축을 어렵게 해 투기를 막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공개했다.

재건축 추진에 제동이 걸린 재건축 단지의 집단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소방 활동이 어려운 노후 단지를 고려해 주거환경 평가 항목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주거환경을 구성하는 세부 평가 항목 중 가구당 주차대수의 가중치를 기존 20%에서 25%로, 소방활동의 용이성을 17.5%에서 25%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주거환경 전체 등급이 E등급으로 나오면 안전진단 결과와 관계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한 것.

그러나 주거환경 점수가 전체 안전진단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로 쪼그라든 데다, 주차 공간 협소 등으로는 안전진단 결과와 상관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E등급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큰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거환경 평가에서 E등급을 받으려면 100점 만점에 20점 이하이기 때문인 것.



주차 공간과 소방 활동 용이성 부문이 모두 ‘0’ 점을 받아도 침수피해 가능성(10점), 일조 환경(10점), 사생활 침해(10점) 등을 합해 20점만 넘으면 E등급을 받을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환경 가중치가 변경되더라도 E등급을 받아 재건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을 진행하기 위한 사실상 첫 관문인 것.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기존 재건축 규제와 맞물려 앞문까지 막히면서 재건축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안전진단 통과율이 기존 90% 이상에서 절반 이하로 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규제를 피한 단지와 그렇지 못한 단지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 “투기를 막겠다는 기조에 묶여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함영진 부동 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나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 재개발 단지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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