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공보국장 호프 힉스와 재러드 쿠슈너, 그리고 트럼프의 총기 리얼리티쇼 등 미국내 뉴스의 회오리에 정신이 팔려 자칫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놓치기 쉽다.
그곳에서는 지금 엄청난 파급효과를 초래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35년 만에 가장 의미 있는 변화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정치 시스템 변화가 중국과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것이야말로 모든 정책결정자와 기업 총수, 그리고 투자자가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경제개혁을 시작한 인물은 덩샤오핑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는 경제개혁은 물론 그보다 훨씬 중요한 정치개혁을 이룬 인물이다. 덩은 마오쩌둥의 1인 독재체제였던 정치 시스템을 제도화된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지난 1982년 중국 공산당이 주석과 부주석의 연임 횟수를 2회, 연임 기간을 총 10년으로 제한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었다.
지도자의 연임을 제한한 독재체제. 이것이 바로 중국 정치 시스템의 독특한 특징이다. 대부분의 독재정권은 통치자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독재자는 오만해지고 부패하며 무책임해진다. 그러나 개인의 권력을 제한하고 대신 당이라는 집단지도 체제에 포커스를 맞춘 중국 정치 시스템 아래서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중국의 독특한 모델은 또한 경제 기적을 만들어냈다. 능력을 바탕으로 한 지도자 선발과 권력승계가 30년간 이어지면서 장기적인 개발계획과 성장에 초점을 둔 현명한 경제정책이 수립됐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거의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세계은행은 이를 “역사상 주요 국가가 이룬 가장 빠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제도화의 길을 걸었다. 덩은 그가 가진 공식적인 지위를 이용해 힘을 행사기보다 막후에서 권력을 휘둘렀다. 그의 후임자인 장쩌민은 권부에 있을 당시 핵심 요직을 모조리 거머쥐었고 10년 연임 기간을 채우고 물러난 뒤에도 2년간 중앙군사위원회를 이끌었다. 그는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내려놓고 나서도 막후 영향력을 유지했다.
반면 장쩌민의 후임자인 후진타오는 국가주석직을 연임한 후 군사위원회 위원장직을 비롯해 거의 모든 공직에서 동시에 물러났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는 최고지도자의 연임제한 폐지가 거의 확실시되면서 물구나무를 서게 됐고 시진핑은 두 번째 임기가 끝난 뒤에도 국가주석직과 중앙군사위 주석 및 당 총서기직을 사실상 종신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의 나이는 64세에 불과하다.
시진핑은 강력한 지도자였다. 그는 중국의 긴급한 당면과제였던 당내 부패와 빠른 경제성장이 초래한 대기오염이라는 두 가지 이슈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은 국민적 지지를 얻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직면한 다른 중요한 도전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지체된 경제개혁을 시행하고 늘어나는 부채수준을 끌어내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 지지자들은 연임제한 폐지로 공고해진 권력기반으로 그가 경제개혁과 국가부채 삭감이라는 어려운 과업 수행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고 개혁의 다음 무대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이 당면한 진짜 도전은 시진핑의 경제정책과 연결돼 있다. 그는 강력하지만 인기 없는 조치들을 취하길 꺼린다. 하긴 민주정권이건 독재정권이건, 다른 정부 지도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미국 정부가 빠르게 늘어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조치를 취한 적이 있는가).
그러나 진짜 위험은 이번 결정으로 국가지도자들에게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쥐여주는 중국 정치 시스템 내부의 중앙제어 장치가 제거된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중국 지도자들의 야망과 입맛에 어떤 영향을 줄까.
로드 액턴은 1887년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을 보이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유명한 글을 남겼다. 아마도 중국은 이런 경향을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역사는 절대권력의 절대부패를 입증하는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시진핑 치하에서 중국은 야심만만한 국제적 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이고 서열 3위의 유엔 경비 분담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나머지 4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은 평화유지군 파견국이기도 하다. 또 중국은 군비증강과 함께 지구촌 각지에 공자학원 같은 문화센터를 설립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 마셜플랜보다 10배나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대출과 투자를 확대한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전기자동차·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세계를 인도한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새로운 시스템과 함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1949년 이래 첫 30년은 마오쩌둥이 지배했다. 그가 사망한 후 덩샤오핑과 그가 채택한 시스템이 대략 30년간 이어졌다. 이제 우리는 시진핑의 30년 통치시대에 들어선 것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는 정치인이 워싱턴에 단 한 명이라도 있는 걸까.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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