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안전진단 기준 개정 등 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산구 이촌동의 한가람, 강촌, 이촌코오롱, 한강대우, 이촌우성 5개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등 용적률 200%·15층 이상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단지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서울시가 처음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등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리모델링사업이 재건축사업의 대안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시범단지 5개 내외를 선정해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고 해당 단지는 주차장·커뮤니티 시설 등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도록 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신청 대상은 준공 후 15년 이상 경과된 아파트단지 중 리모델링 조합이 결성됐고 1차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곳, 리모델링 조합이 결성되지 않았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 동의율 10% 이상을 얻은 곳이다.
서울시는 예산 12억원을 투입해 초기 사업성을 판단하는 컨설팅, 안전진단 비용 등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시범단지로 선정된 곳에는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 추정 분담금 산정을 지원하고 1차 안전진단 비용도 총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 50%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리모델링사업 단지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리모델링사업 단지에 대한 서울시·자치구의 각종 심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30가구 이상 늘어나면 서울시의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돼 있고 50가구 이상 늘어나면 추가로 자치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도 받게 된다. 건축계획 심의의 경우 층수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단지는 서울시에서, 그 이하는 자치구에서 심의를 받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심의 절차는 리모델링사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거나 관심이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 절차를 간소화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조례 개정 등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심의 절차 개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사업의 가장 큰 한계는 세대 간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체)을 철거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때문에 준공 후 평면 개선 및 일반 분양 가구 수, 시세 상승 등의 측면에서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이 리모델링사업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서울에서 조합이 설립돼 리모델링사업이 진행 중인 단지는 이촌 현대, 옥수 극동 등 20여 곳에 그친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8월 리모델링사업 활성화를 위해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기로 했다가 안전성에 대한 정밀 검증을 거쳐 2019년 3월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아파트 재건축사업이든 리모델링사업이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재태크’로 인식되기 때문에 소유자들이 개발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지 않으면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어진 신축 아파트의 평면 구성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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