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5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터지면서 격랑에 휩싸였다. 당장 6·13지방선거부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정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은 이번 일로 민심이 크게 동요할 것으로 판단, 당분간 저자세로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야권은 여권의 도덕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공세 수위를 높여 민심 이반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선거의 주도권을 끌고 가던 더불어민주당은 큰 혼란에 빠졌다. 압승을 예상했지만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지면서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뒤숭숭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JTBC 보도가 나오자 국회에서 곧바로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일단 지도부는 안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발 빠르게 대응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투운동’ 확산으로 사회가 들끓는 상황에서 대응을 잘못할 경우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당장 광역단체장 ‘9+@’라는 선거 승리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심의 풍향계인 수도권은 물론 안 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충청권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선거 상승세가 꺾여 부산·울산·경남(PK)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PK 첫 광역단체장 배출을 노리는 상황이다.
야당이 오비이락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지자 이탈과 인물난으로 고심하던 터에 여당에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지난 20대 총선 때처럼 이삭줍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지난 총선 당시 ‘의석 수 과반 확보’를 내다봤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공천 파동을 겪으며 민심이 대거 이탈해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 결과 원내 제2정당으로 밀려났고 정권을 민주당에 내줘야 했다. 다만 정치권에 숨죽여 있던 성 비위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잇따를 수 있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안 지사는 정치인생이 흔들릴 정도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승승장구했기에 안 지사에 대한 지지층 이탈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뒤를 이어 당권에 도전해 중앙정치에 복귀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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