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선을 전후해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 천신일 세중 회장이 5일 오후 4∼5시간가량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천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날 오후 이들을 비공개 소환했다.
검찰은 천 회장을 상대로 불법자금 거래에 관여한 경위를 캐물었으나 천 회장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오래 조사를 받지 못하고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청사를 나섰다. 검찰은 천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재소환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검찰은 제17대 대선과 제18대 총선을 전후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법자금을 건네는 과정에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이 일정한 역할을 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이 다른 불법자금 수수 과정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이 2007년 10월 이상득 전 의원 측에 선거자금 용도로 8억원을 건네는 등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22억5천만원의 불법자금을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혐의 등을 잡고 수사 중이다.
천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친구로 국내 경제계와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과 영향력을 자랑하며 이명박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업인이다.
2008년 3월 초대 방통위원장을 지낸 최 전 위원장도 4년간 미디어법 개정과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 정부의 방송정책을 진두지휘했고,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해 ‘방통대군’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이들은 금품수수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2013년 1월 나란히 특별사면돼 논란이 인 바 있다.
한편 검찰이 최측근 인사들을 연이어 소환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4일 이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을 재소환한 데 이어 5일에는 그의 아들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을 확정하면 수사팀은 조만간 이 전 대통령 측에게 일정한 말미를 주고 소환 일정을 통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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