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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비핵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북한이 비핵화를 북미대화의 의제로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남북은 다음달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도 열기로 했다. 대북 특별사절단은 6일 1박 2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환한 후 가진 브리핑에서 비핵화를 포함한 6개 사안을 논의하고 북한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용 하나하나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북측이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무기를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부터 그렇다. 남측과 미국이 북미대화의 조건으로 삼았던 ‘비핵화 전제’를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대화가 지속되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대내적으로 ‘핵 무력 완성’을 외치며 강공 일변도로 나갔던 북한임을 고려하면 전향적이라고 할 만한 입장 변화다.

하지만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고 모든 게 해결될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위한 물꼬를 텄을 뿐이다.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핵 폐기’라는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하다. 당장 미국을 북미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출발이 나쁘지는 않다. 미국이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만큼 비핵화와 핵 동결을 골자로 한 특사단의 결과물은 북미대화의 입구를 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북미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선 보상 후 폐기’ 전략으로 북핵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던 과거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군사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먼저 요구하는 북한과는 선후 관계가 다르다. 북미대화를 섣불리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핵 문제는 이제 최대 변곡점을 맞았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북미대화가 틀어진다면 미국에서는 북한에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다는 강경론이 득세할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 내 협상파가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코피 전략’ 같은 군사옵션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만분의 일이라도 이런 가능성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최종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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