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B씨는 6일 아침 출근 후 자신의 메일함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도로사용료’ 12만8,000여원을 내라는 전자고지서가 서울시로부터 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택스’(ETAX·서울시 지방세 납부시스템)의 전자고지서에 찍힌 이름은 자신의 이름과는 전혀 무관한 A씨로, 담당 부서는 광진구청 건설관리과로 돼 있었다. B씨는 “나는 광진구에 살지도 않고 도로를 점용한 일도 없는데 왜 이런 이메일이 왔는지 황당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이택스가 잘못 전송돼 수십만명의 시민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라는 전자고지서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시 금고인 우리은행에서 수탁 운영하는 이택스에 오류가 발생해 76만명에 달하는 시민에게 전자고지서가 잘못 송부됐다. 시민 A씨의 전자고지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복 생성돼 76만명에 이르는 시민에게 송부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자고지서 발송 오류를 인지한 후 곧바로 이택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웠다”며 “엉뚱한 전자고지서를 받은 당사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사과 안내 메일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 문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라며 “전자고지 안내 메일은 암호화돼 있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고로 광진구도 유탄을 맞았다. 76만명에게 잘못 보내진 고지서에는 광진구청 건설관리 담당자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광진구청은 온종일 어찌 된 일인지 문의하고 항의하는 시민들의 전화로 몸살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시는 32조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시 금고 입찰 공고를 이르면 3월 안에 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우리은행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부터 무려 100년이 넘도록 시 금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시험을 앞두고 역대급 사건이 터진 셈이다. 서울시는 현재 17개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단수 금고제를 운영하고 있어 금융권에서 복수 금고제를 시행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배달 사고’가 시 금고 선정 과정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함께 전자고지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긴급 사고 발생 시 시에 즉시 보고하는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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