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美) 지식(識)은 자신을 드러내는 글 속에 있다’
이를 깨달은 작가들이 들려주는 솔직한 생각과 인생 이야기입니다.
보통 일주일에 2~3권의 책을 읽는 편이지만 업무에 치이거나 각종 집안행사가 연이어 있을 때면 책 한 장 못 넘겨볼 경우도 있다. 며칠동안 책을 펼쳐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면 독서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평일에 업무에 매진하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과 육아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책 읽을 시간적 여유도 책에 집중할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기도 한다. 겨우 시간을 내어 책을 펼쳤는데 시댁이나 친정에서 집안 대소사를 던져 주는 경우도 다반사다. 나중엔 주위의 모든 상황이 책을 읽지 못하게 온 힘을 다 쏟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럴 때마다 '다들 사는 게 그렇지 뭐…'라며 그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고민해보지도 않고, 그 상황을 벗어날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왕 바빠진 일상에서 애써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심신이 더 편해질까?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각종 방해요소를 단순히 받아들여 책에서 손을 놓고 있다 보면 왠지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온갖 일들이 생기고 도통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각종 핑계를 만들게 된다. 시간을 어영부영 흘려 보내면 책을 다시 펼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 이유다.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상 의지의 문제다. 마음 속 열정을 꺼뜨리는 이유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어떤 일로 마음이 흐트러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작정하고 기억을 더듬어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겪었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가버릴 때가 많다. 어제 있었던 일 중에 마음 쓰이는 건 없었는지 혹은 일주일 내로 겪었던 심경의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때론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도 상기시켜보자. 분명히 알아차리지 못한 어떠한 원인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출퇴근 길 운전 중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떠올린다. 하루 중 어떤 일로 내 마음이 흐트러졌는지 혹은 내 마음이 빼뚤해서 말까지 빼뚤하게 한 것은 없었는지 되짚어본다. 아침에 바쁜 출근 준비로 아이한테 인사를 제대로 했는지 더듬어보고, 인사를 못했다면 퇴근 후에 제대로 인사도 하고 안아줘야 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누군가와 만나고 전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 받으며 끊임없이 크고 작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혹은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세상에는 온갖 사건사고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이야기들에 노출돼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말과 행동과 갖가지 일들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의 여유가 나지 않는건지, 어떤 생각으로 내 의지가 꺾여 버린 것인지, 누구와의 일때문에 내 에너지가 소진돼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건지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순간적인 마음 속 감정에 휩싸여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제대로 못한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꼴인가?
왜 책 읽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려보자. 스스로를 다독이고 돌봐준다면 자연스럽게 독서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혹여 마음이 다잡아 지지 않는다고 해도 책을 펼쳐보자. 책 속의 단 몇 줄이 열정에 불을 지펴줄 수 있다. 가슴에 콕 박히는 단 한 문장에 서서히 시동이 켜질 때가 분명히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기름이 활활 타오르게 되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꽤 오랜 슬럼프를 겪은 당신이 책을 펼치기까지 수 많은 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 수많은 시도 끝에 읽은 책이 당신의 집 나간 열정과 의지를 불러오고 마음 속 엔진에 기름을 부을 것임에 틀림없다.
글= 책쓰기로 인생을 바꾸는 사람들(책인사), 작가 안미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