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결정문에서 “필요하다면 양적완화(QE)를 확대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ECB는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국채 매입을 경기 진작의 주요 방책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긴축 보조를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또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현행 -0.40%,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이날 ECB는 기존 통화정책 결정문 가운데 “금융환경이 악화하거나 경기전망이 나빠져 인플레이션 경로가 위협받을 경우에는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하거나 연장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올해 말 광범위한 정책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예상하지 못한 문구 수정”이라고 평가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긴축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이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기적으로는 근원 인플레이션도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CB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이전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ECB의 통화정책 발표 직후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전일 종가 대비 0.24% 오른 1.2427유로에 거래됐다.
한편 드라기 총재는 “보호무역주의가 경제에 새로운 악조건으로 등장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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