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 전 수석의 변호인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르거나, 법적 평가를 (검찰 주장처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소사실 일부는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다른 일부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다만 기록 검토가 덜 된 만큼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다음 재판 기일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 전 수석은 변호인을 통해 “주변을 잘 정리하지 못한 불찰과 자신의 그런 일탈 행위를 잘 다스리지 못한 부분은 대단히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를 비롯해 다른 피고인 측은 다음 재판에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재판 준비가 안 된 만큼 내달 13일과 27일 두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 시절 롯데홈쇼핑, GS홈쇼핑, KT에 요구해 각각 3억원, 1억5,000만원, 1억원 등 총 5억5,000만원을 e스포츠협회에 기부하거나 후원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e스포츠협회는 전 전 수석이 회장과 명예회장을 지내면서 사실상 ‘사유화’한 것으로 의심받는 단체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에 관한 문제 제기를 중단해달라거나 GS홈쇼핑 대표를 국회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달라는 등 의정 활동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서 각 업체에 e스포츠협회 후원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 전 수석은 또 롯데홈쇼핑에서 500만원 어치의 은행 기프트카드를 직접 받고, 가족과 본인이 롯데그룹 계열 제주도 리조트에서 680만원 짜리 공짜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4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e스포츠 방송 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받고, e스포츠협회 예산 1억5,000만원을 의원실 직원 급여나 개인 해외 출장비 등에 유용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작년 7월 28일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 사업에 20억원의 신규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혐의(직권남용)도 받는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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