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은 8일(현지시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 서명했다고 AP통신과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들 11개국 외교·통상 관련 장관들은 이날 칠레 산티아고에서 CPTPP 서명식을 가지고 “열린 시장을 유지하고 글로벌 무역을 증진하고, 소득이나 경제적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역내 무역자유화와 투자를 가속하는 기회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CPTPP는 이들 11개국 가운데 최소 6개국이 국내 비준절차를 완료한 시점으로부터 60일 이후에 발효되며, 회원국들은 내년 초 공식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으로 인구 5억 명에,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CPTPP의 출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문서에 공식 서명할 예정인 가운데 이뤄져 특히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예고로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비롯한 11개국이 자유무역 기조의 메가 협정을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미국은 이들 11개국과 함께 지난 2015년 10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를 체결했지만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전격 탈퇴했다. 미국이 빠진 뒤 나머지 11개국은 일본 주도로 TPP를 수정한 CPTPP를 추진해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TPP 재가입 가능성을 시사해 향후 미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TPP는 미국에 몹시 나쁜 거래”라면서도 “더 나은 조건을 제의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나흘 후인 지난달 27일 TPP 복귀 여부와 관련해 “상당한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며 “우리가 다자(협정)를 해야 할지 여부 또는 TPP 복귀를 고려할지 여부, 그것이 다시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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