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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5월 정상회담] "운전자 역할 커진 文 '北 불가역 비핵화 이행' 담보 받아내야"

[서경펠로·전문가 진단]

트럼프, 北시간벌기 막기 위해 전향적으로 수용한 듯

김정은·트럼프 예측불가...아니다 싶으면 뒤엎을 수도





지난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북미 접촉의 첫 그림이 나오나 했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끝내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폐막식 북미 대표였던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 고문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북미접촉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정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만남’을 청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화답했다. 북미 탐색 대화라도 이뤄지길 바랐던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본 게임이 바로 시작된 것.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소식에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끈질긴 대북·대미 설득 작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의 책임과 역할은 더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조율 과정에서 얼마든지 대화의 판을 엎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이 일관되게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CVID에 응하는 유의미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북한 설득 작업에 전력을 다해야만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한 번에 응한 건 예상 밖”이라며 “적어도 두세 번 정도는 북한의 제안을 밀어내고 하면서 줄다리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김 위원장의 제안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 수용 역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라며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커다란 쾌거”라고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가시화하게 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복합적인 노력이 맞물린 결과라는 평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문 대통령의 적극적이고 끈질긴 대북 및 대미 설득, 트럼프 행정부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으로 인한 북한의 국제적 고립 심화, 중국의 적극적 대북제재 협조, 국제사회의 초고강도 제재로 인한 경제파탄을 피하기 위한 김 위원장의 결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안에 한자리에 설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 모두 예측하기 힘든 통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다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북미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5월 말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고, 철저한 비즈니스맨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기브 앤 테이크(주고 받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한 건 북한에 시간을 벌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에 대해서 북한이 어떤 내용물을 내놓을 것인가에 따라 판이 깨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는 “그런 점에서 북미대화를 중간에서 주선한 우리 정부는 이제 이행담보책임을 지게 됐고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역시 당연히 CVID 차원의 비핵화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미가 안 해주면 되돌려버릴 수 있다”며 “비핵화에 동의는 했지만 일정 정도 자기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시 핵무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 연구위원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구두 메시지에 ‘CVID’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고 연구위원은 “정상회담을 하고 나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는 선물을 받아내야 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선물은 CVID 정도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정 실장은 “4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5월에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북한은 6월부터 북중·북러·북일 정상회담을 연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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