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웨이가 좁고 좌우로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16번홀(파4). 타이거 우즈(43·미국)의 티샷이 왼쪽으로 향해 아름드리 참나무 아래에 놓였다. 우즈는 관중들과 방송용 트럭을 움직이게 한 뒤 클럽이 부러져 날아갈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말했다. 다운스윙 때 팔이 나무에 걸리는 나쁜 위치였지만 결국 이날의 가장 좋은 샷 중 하나가 나왔다. 볼은 그린 바로 앞까지 갔고 칩샷을 홀 1m 안쪽에 붙여 파를 지켰다.
‘골프황제’ 우즈가 갤러리의 함성을 여러 차례 자아내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 첫날 상위권에 올랐다. 우즈는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골프장 코퍼헤드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8위에 자리했다.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허리 부상에서 복귀한 후 자신의 11번째 라운드에서 날카로운 면모를 과시했다. 단독 선두에 나선 신인 코리 코너스(캐나다·4언더파)와는 3타 차.
다음달 마스터스에 맞춰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우즈는 1번홀(파5)부터 갈채를 이끌어냈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지나쳤지만 깊은 러프에서 부드럽게 띄워 올린 볼은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진 뒤 천천히 굴러 홀 바로 옆에 멈췄다. 툭 쳐서 버디를 낚은 그는 이후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보태 전반을 이븐파로 마쳤다. 후반 들어 10번(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한때 선두를 1타 차까지 추격한 우즈는 12번(파4)과 13번홀(파3) 연속 보기로 다시 이븐파가 됐다. 좋지 않은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16번홀에서 멋진 파 세이브를 해낸 그는 17번홀(파3)에서 5번 아이언 티샷을 홀 50㎝에 바짝 붙여 버디를 보탠 데 이어 18번홀(파4)에서 타수를 지켜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했다. ‘뱀 구덩이’라는 별명이 붙은 난코스 구간인 16~18번홀에서 1타를 줄이는 저력이 돋보였고 수차례 보기 위기를 벗어난 위기관리 능력도 빛났다. 직전 혼다 클래식에서 12위를 기록했던 우즈는 이날 “해보려는 모든 것에 대한 아주 좋은 테스트였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대부분은 잘 컨트롤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민휘(26)는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3언더파)를 달렸다. 지난해 11월 슈라이너스아동병원 오픈 공동 2위를 차지했지만 최근 6개 대회 연속으로 컷오프됐던 김민휘는 부진 탈출과 생애 첫 승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이 우즈와 나란히 공동 8위에 자리했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3오버파 공동 87위, 우즈와 동반한 조던 스피스(미국)는 5오버파 공동 122위로 출발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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