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환풍기를 랩으로 감싸두고 출근해요.” 지난해 서울 청담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이유진(25)씨는 외출 전 한바탕 ‘작업’을 벌인다. 화장실 환풍기를 타고 집안으로 스며들어오는 담배 연기를 막기 위해서다. 화장실 문을 열어두고 외출했다가 연기가 자욱한 방에 들어가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
신림동 오피스텔에 사는 이소리(27)씨도 “집안에 담배 냄새가 가득한데 지난겨울에는 미세먼지가 심해 환기도 못 시켰다”고 호소했다. 이어 “경고 문구도 붙이고 안내 방송을 해봐도 하루 이틀 뿐”이라고 토로했다.
층간 흡연을 둘러싼 이웃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9일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층간 흡연 민원은 353건으로 층간 소음 민원 239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10일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시행으로 아파트 실내 흡연이 금지됐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예외다. 업무시설이라 공동주택관리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한 오피스텔 관리인은 “여기는 법이 다르다”면서 “의심되는 집을 찾아가서도 ‘여기도 냄새났나요’라고 넌지시 주의를 유도할 뿐”이라고 전했다.
오피스텔 거주 가구 수는 32만가구(2015년 기준)에 이른다. 오피스텔이 1인 가구의 대표적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법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2년 12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연면적 1,000㎡ 이상 업무시설의 복도·계단 등 공용공간은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다만 오피스텔과 같은 실내 사적 공간은 현행법으로 흡연을 단속할 수 없다. 아파트는 주택법 개정으로 관리인을 개입시키기도 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금연 아파트로 지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실내 환경에 대한 법적 기준이 미비하다 보니 속수무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산의 한 오피스텔은 관리비를 모아 자동역류방지 댐퍼 120개를 화장실에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층간 흡연에 관한 규제 마련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층간 소음은 데시벨이라도 있는데 담배 냄새를 측정할 기준이 딱히 없다”며 “현재는 미세먼지 측정기술을 참고할 뿐 규제 기준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실적인 필요성은 알지만 오피스텔과 공공주택은 주관 부서가 달라 규제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경비원 개입, 환풍기 설비 등 명확한 연구용역 평가부터 필요하다”며 “연기 감지기 등 설비부터 시작해 규제 적용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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