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합의로 훈훈했던 양국이 하루만인 10일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기선제압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주문한 반면, 북한은 비핵화에 침묵한 채 미국의 전쟁종식을 강조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구체적 행동을 보지 않고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가 알려진 다음 날 ‘구체적 조치’를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샌더스 대변인이 다소 강한 표현으로 북한을 압박한 것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에 시동을 걸려는 것 아니냐고 관측한다. 샌더스 대변인은 ‘구체적 조치와 행동’이 무엇인지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그간 강조해온 대로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부 핵시설 가동을 중지하거나,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 정부의 공식적 입장 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발언이란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김 위원장과 마주 앉기 전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관련한 북한의 직접적 입장이나 초기적 조치를 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샌더스 대변인이 요구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에는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지속하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각종 관영 매체를 통해 종전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북제재를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분단의 주범인 미국이 일삼아온 북침전쟁 소동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는 평화 담판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미국은 제재와 봉쇄책동으로 우리나라를 고립 질식시켜 무력하게 만든 다음 쉽사리 타고 앉으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그 어떤 군사적 힘도, 제재와 봉쇄도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어제도 그러하였지만 오늘도 내일도 우리 공화국은 미국이 저들의 자막대기에 따라 선과 악을 가르고 정의와 진리를 짓밟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또 “(미국이) 우리와 조금이라도 거래를 하는 나라들에는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하였고 그것이 잘 먹어들어가지 않을 때에는 그 나라를 대상으로 단독 제재를 발동하였다”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조치를 비난하기도 했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 민족끼리’도 이날 논평에서 “최근 더욱 악랄하게 감행되는 미국과 괴뢰 군부 호전광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은 기어코 이 땅에서 북침 핵전쟁의 불집을 터뜨리려는데 그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하여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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