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동을 대북 특사단이 발표한 것은 사안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때문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한국의 대북특사단이 회담 성사를 발표함으로써 이 사안이 중간에 유출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단속하려 했다고 이 관리는 전했다.
그는 “이 사안을 계속 갖고 있었더라면 역풍을 맞았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 덕분에 실질적 위험이 제거됐고 회담 계획이 지금 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이건 이런 것을 의미할 것’이라는 따위의 외교가(街) 거짓말에 질색한다”며 “이번과 같은 방식이라면 아무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특사단의 설명을 듣다가 중도에 말을 끊고 회담 제의를 불쑥 받아들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윤제 주미대사가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분석하고 가능한 외교옵션의 개요를 설명할 때 “알았다, 알았다. 북한에 내가 그렇게 한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관리는 한국 관리 3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 쳐다봤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에 “그(김정은 위원장)에게 ‘예스’라고 전해달라”고 수락 의사를 확인했다.
WSJ는 백악관 관리들 가운데 소수는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전달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대신해 특사단이 회담 성사 사실을 발표하도록 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브리핑룸으로 내려가 한국이 중대뉴스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날 트럼프 대통령과 특사단의 백악관 집무실 회동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이 동석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중이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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