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모리토모학원(사학재단)에 특혜를 줬다는 ‘사학 스캔들’ 논란이 아베 정권의 ‘몸통’을 향하고 있다. 정부가 모리토모학원에 대한 국유지 매각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총괄 부처인 재무성이 부분 인정하기로 방침을 굳히면서 여론은 ‘누가 문서조작을 지시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야권은 재무상을 겸임하고 있는 아소 다로 부총리는 물론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아베 정권 흔들기에 나섰다. 지난해 일본을 떠들썩하게 하다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던 ‘모리토모 스캔들’이 더 큰 파괴력으로 일본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재무성이 12일 국회에서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과 관련한 결재 문서를 수정한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재무성은 모리토모학원과 국유지 매각 계약을 체결한 시기인 지난 2016년 6월에 작성한 매각 결재 문서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무성은 문서를 수정한 직원·시기·동기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묻히는 듯했던 ‘모리토모 스캔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일 아사히신문이 ‘공문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모리토모학원이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이용해 국유지를 감정가보다 턱없이 낮은 헐값에 매입했다는 논란이다. 당시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이 신설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으로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를 위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모리토모 스캔들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아베 총리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9월 중의원을 해산, 10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의혹을 여론의 관심에서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꺼지지 않은 의혹의 불씨는 더 큰 불길로 되살아나 아베 정권을 덮치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매각을 담당하던 긴키 재무국이 2015~2016년에 작성한 문서에는 있었던 ‘특례’ ‘학원의 제안에 응해 감정평가를 실시, 가격을 제시했다’ 등의 문구가 재무성이 지난해 5월 국회에 제출한 공문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재무성은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모리토모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오사카지검에 문서 원본이 있다며 모호한 답을 이어왔지만 공문을 국회에 제출했던 사가와 노부히사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이 최근 국세청장직에서 사임하고 실무를 담당한 직원이 자살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혐의를 인정하기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성이 사실상 ‘공문 수정’을 인정하면서 의혹은 이제 문서 조작을 지시한 몸통을 향하고 있다. 재무성은 “결재는 긴키 재무국이 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가와 국세청장의 사직으로 ‘재무성의 관여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은 커지고 있다. 야당은 “문서 조작은 실무진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라며 아소 재무상 겸 부총리의 퇴진은 물론 아베 총리의 책임을 묻고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희망의당 대표는 “아베 정권 전체의 은폐·조작 본질을 나타내고 있다”며 “아소 부총리는 물론 아베 총리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로 내각 총사퇴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정기국회를 보이콧하면서 중의원을 통과한 2018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4월) 예산안이 참의원 예산위원회의 심사도 받지 못하고 있는 등 국회의 주요 정책 심의도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