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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협상 TV쇼 아냐"…트럼프 방식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워싱턴 조야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을 자처해왔지만, 그 어느 분야보다 정교한 접근이 요구되는 외교협상에서 충분한 경험이 없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 수락 과정에서 보여준 ‘파격’에서 보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유의 즉흥적 스타일은 불안함을 더해주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이다.

벤 로즈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전 부보좌관은 11일 “(북미협상은) 부동산 거래나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무부를 다루는 방식과 북한 이슈에 대해 변덕스러웠던 것 등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방송도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부담이 큰 외교적 협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번 도박판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부동산 거래와 고난도의 ‘핵 협상 기술’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협상장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34)와 동갑으로, 아들뻘이지만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김 위원장에게 밀릴 경우 자칫 자신이 그동안 맹렬히 비난해온 전임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으며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맞댄 김 위원장에게 ‘정상국가’ 이미지만 선사하고 핵 개발 시간을 벌어주는 게 미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외교라인 공백 사태도 큰 문제로 제기된다. 최근 미국은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낙마에 이은 조셉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은퇴 등에 따라 대북 외교라인이 텅 빈 상태지만 북한에는 리용호 외무상, 최근 승진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대미통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반관반민 트랙으로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이어온 수전 디마지오 뉴 아메리카재단 국장 겸 선임연구원도 10일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함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 상황에서 최대 난제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이러한 진공상태는 미국에 심각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백악관은 북한과 협상한다는 게 뭔지 알기 위해 경험 있는 외부 전문가들에게라도 손길을 뻗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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