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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女영화인 61.5%, 성폭력 피해有”…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한국영화 내의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고 궁극적으로 성평등한 영화계를 만들기 위해 영화계 인사들이 뭉쳤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공동주최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센터 든든’)의 개소 기념행사가 12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날 한국영화성평등센터 소개 및 활동 계획 발표와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배우 문소리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먼저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저와 함께 영화진흥위원회,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공동주최하는 센터 든든 개소식을 갖게 된 것을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며 “요즘 분위기에 비춰서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나타나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 영화계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SNS를 통해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유성엽 위원장은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태와 관행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영화관계자 정부 등 모든 분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당부말씀 드린다. 국회에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성영화인모임은 2016년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신고 및 상담 기구의 필요성과 대안을 모색해왔다. 2017년 주력사업으로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상설기구 설립을 결정했으며 2018년에 이르러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센터 든든을 설립하게 된 것.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센터 든든의 센터장으로서 “미투 운동, 젠더이슈가 크게 발화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관심을 가져주셨다”며 “성폭력 예방뿐만 아니라 영화계 내 교육, 홍보활동, 피해자 보호와 지원, 나아가서는 성평등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궁극적인 활동을 목표로 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지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궁극적으로는 성평등한 한국 영화, 한국사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 채윤희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 행사에 참석해 MOU 체결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중앙대 이나영 교수를 중심으로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영화계 종사자 46.1%가 성폭력과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성별에서는 여성이 61.5%, 남성이 17.2%의 비율을 나타냈다. 가해자는 남성 71.6%, 여성 5.2%다.

조사에 따르면 영화계는 남성중심적 문화와 고정된 성역할로 인해 성비불균형과 성차별적 구조가 고착화돼있는 상태.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부당한 관행 및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어렵게 했다. 여성 스태프들은 연애라는 이름의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여성 작가의 경우 성차별적 시나리오를 강요당하고 여성 감독의 경우 영화 제작 기회를 제한 당했다. 특히 여배우가 성폭력에 취약했는데 합의되지 않은 노출신, 직접적 성추행, 사적 만남을 요구당하기도 했다.



이나영 교수는 조사를 바탕으로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제언을 했다. 첫째, 피해 호소 시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가 보호 받는 좋은 선례가 필요하며 둘째, 정기적인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와 성희롱 예방교육 보급 및 확산, 영화계 내 독립기관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성차별적 관행 시정,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켜 영화인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문화 및 시스템 마련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 및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도 진행됐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배우 문소리, 남순아 감독,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저마다 현장에서 자신이 느낀 점을 말하며 개선할 점을 꼬집었다.

심재명 센터장(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조은정기자


특히 문소리는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폭로를 시작으로 이어져왔던 미투 운동을 지켜보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 제 주변의 많은 동료와 선후배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걱정하게 됐다. 또 제 영화인생을 돌이켜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며 최근 미투 운동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을 전했다.

이어 “그런 와중에 센터 든든이 개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다. 여성영화인의 한사람으로서 보탬이 되고 싶다. 배우로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고민해나가겠다”며 “과정의 올바름 없이 결과의 아름다움은 없다.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제는 과정의 올바름에 조금 더 힘을 쓰고 다 같이 노력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저도 같이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영화산업 내 성폭력 상담, 피해자 지원과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성인지적 조사 및 연구, 정책제안 등의 활동을 담당할 예정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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