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변호사조차 판결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처리된 본안소송 930만여건 중 판결문이 공개된 것은 2만4,000여건으로 전체의 0.27%에 불과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1심부터 상고심에 이르는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고 아동성범죄 등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는 판결문에 담긴 개인정보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판결문 공개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해 대표 발의했다. 금 의원은 “판결문 공개를 꺼렸던 법원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올해 정기 국회 안에 법안 통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판결문 전면 공개의 걸림돌인 국민 인식을 먼저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 가운데 판결문을 공공재가 아닌 민감한 개인 정보로 여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 공개를 막는 것은 재판의 밀실화, 비밀화나 다름없으며 법치주의 원칙과 충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 의원은 특히 전관예우를 차단하고 법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판결문 공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은 판결문을 검색해 자신의 사건을 잘 수행할 변호사가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게 된다”며 “그러면 전관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법조 브로커가 필요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또 “언론 등 외부기관의 감시도 쉬워져 법원과 검찰이 스스로 수사 및 재판을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아직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금 의원은 “판결문 공개에 찬성하는 법관들의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법부의 확실한 동의를 끌어내면 법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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