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를 없애겠다는 미투운동을 놓고 정치적 공작,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미투 폭로가 6월 지방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치밀한 음모라는 주장까지 퍼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미투운동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어렵게 용기를 낸 성폭력 피해자들이 오히려 가해자나 정치 음해세력으로 몰리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심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오죽하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지은씨가 악의적인 소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저를 비롯한 가족은 어느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고 친필 편지까지 공개했겠는가. 이런데도 정치권은 중차대한 남북회담 연루설까지 거론하고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지며 공방을 일삼고 있으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안이든 정치권만 개입하면 교묘한 논리로 포장돼 국민의 귀와 눈을 어지럽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우는 낡은 수법이 미투운동에도 등장한 것은 개탄스럽다. 미투운동의 본질을 생각하고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을 떠올린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은 정략적 계산에서 벗어나 미투운동을 뒷받침할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국민은 누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