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러시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이 확실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선거 투표율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네 번째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푸틴은 ‘투표율 70%-득표율 70%’라는 장밋빛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저조한 투표율로 당선될 경우 장기통치의 정통성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거가 임박하자 푸틴 측은 체제 선동을 위한 집회 개최와 푸틴 전기 영화 공개에 더해 경품 이벤트까지 진행하며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국영여론조사기관(WCIOM)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러시아 국민의 71.6%가 18일에 열리는 대선 투표에 참여한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측은 이를 근거로 지난 2012년 푸틴이 대통령으로 복귀한 대선 투표율인 65%를 거뜬히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외신들은 일제히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NN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첸트로’의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푸틴 정권의 의도와 달리 실제 투표에 참여할 의지를 보인 국민은 5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최근 푸틴 정권이 치른 국정선거인 2016년 하원선거 투표율이 48%에 그쳤다고 지적하며 대선 투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신문은 젊은 층이 많고 지방에 비해 정부의 압력이 덜한 대도시의 경우 투표율이 50%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영기관의 조사와 실제 민심이 차이를 나타낼 가능성이 제기되자 푸틴 측은 지방정부들에 지시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나섰다. 선거 참여를 위한 경품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물론 3일에는 스포츠 스타들을 모셔 집회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러시아 남자 아이스하키팀을 포함해 스포츠 스타와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행사장 밖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5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푸틴’도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은 영화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그동안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지지율을 65%에서 86%로 끌어올렸던 ‘크림반도 합병’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 측이 선거 전 행사에 학생과 주 정부 직원 등 군중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익명의 제보자는 가디언에 “회사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에 참석해 인증사진을 찍어 올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만약 따르지 않으면 불합리한 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느꼈다”고 전했다.
재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선거 기획자들이 투표율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장기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측은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이끌어내 최소 70%의 투표율을 얻어 충분한 민주주의 외양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푸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 권력 유지를 위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연구원은 “푸틴은 어떻게 권력을 이어갈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집권 개헌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례는 가능한 로드맵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관점에서 푸틴이 2024년 이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지지자들은 2018년 대선보다 2024년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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