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시 주석이 조기에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바란다”며 “정중히 초청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주에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구성을 끝내고 이르면 다음주부터 남북 실무협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정 실장은 12일 오전 베이징으로 출국해 오후5시부터 35분간 시 주석과 만났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화해협력이 일관되게 추진되는 점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북미대화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남북정상회담이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한중 양국은 한반도 중대한 문제에서 입장이 일치하며 앞으로도 긴밀히 협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목표 달성에 진전이 있는 것은 시 주석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여와 역할에 힘입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 주석은 정 실장을 접견하면서 자신은 테이블 상석에 앉고 정 실장은 테이블 옆에 앉아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을 마주 보는 식으로 좌석 배치가 이뤄졌다. 외교적 결례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앞서 정 실장과 면담한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현재 한반도 정세의 적극적인 변화는 비핵화 문제를 올바른 궤도로 복귀시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방향에도 맞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기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정 실장은 이날 왕이 외교부장과 만찬을 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현재의 한반도 기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안에 대한 ‘지분’ 의욕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은 최근 변화 상황에 환영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이후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예컨대 북미정상회담을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방안 등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또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행 통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점등을 미뤄볼 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정 실장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 사드는 철회해야 한다고 재확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청와대는 중국에 현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남·북·미 회담이 잘 풀리더라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뒤따른 외교·경제협력에서 줄줄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일본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과 만찬을 했다. 고노 외무상은 “현 상황은 동아시아의 기적 직전의 상황”이라며 “한국과 긴밀히 협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늦어도 14일까지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청와대 참모들과 각 부처 고위급을 아우를 방침이다. 이르면 15~16일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다음주부터 북한과 실무협의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2007년 정상회담 때와 같이 일단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날짜가 임박하면 추진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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