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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나를 살게 하는 말들

천양희 作 (1942~)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불완전하기에 세상이 풍요하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나를 잃는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시가 없는 세상은 어머니가 없는 세상과 같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그중에서도 나를 살게 하는 건

사람을 쬐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

날마다 나를 살게 하는 말의 힘으로

나는 또 살아간다

얼음이 녹아 봄이 되는 것이야 어떤 생명이 마다하겠습니까마는, 불완전하기에 세상이 풍요하다는 경지는 얼마큼 마음의 품을 넓혀야 하는지요. 재물을 잘못 간직했다가 재물을 잃는 것이야 한눈에 보이지만, 나를 잃지 않도록 잘 간직하려면 그 곳간을 무엇으로 지어야 하는지요. 시가 없는 세상은 어머니가 없는 세상과 같다는 말, 뉘라도 근본을 잃지 않으면 그 삶이 시와 같다는 말씀이겠지요. 사람을 쬐다니요.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차게 하는지 모르시는 게 아니라면, 궁극 사람만이 사람을 녹일 수 있다는 그 말씀이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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