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은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두해 ‘긴 하루’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된 검찰 출석 시간에 앞서 서울 논현동 자택을 나선다. 자택에서 검찰청사까지의 거리는 4.7㎞ 안팎이며 경찰이 신호통제를 하면 10분 이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중앙현관 앞에 도착하면 강진구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청사 현관 앞 계단을 올라 노란색 테이프로 바닥에 표시해 둔 포토라인에 서서 미리 준비한 간략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이 얼마나 답할지는 미지수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10층 특수1부장실에서 중앙지검 수사 지휘부인 한동훈 3차장검사와 짧은 면담을 하면서 조사의 취지와 방식 등 설명을 듣는다. 면담을 마치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조사받았던 같은 층 1001호 특별조사실에서 본격적인 피의자 신문을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의 답변은 피의자 신문조서에 기록되며, 조사 과정 전체가 영상으로도 녹화된다. 필요에 따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나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측근들과의 대질신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조사 효율성 등을 두루 고려해 대질신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점심·저녁 식사는 조사실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수행한 변호인 등과 할 것으로 보인다.
혐의가 20개에 이르는 만큼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자정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는 자정 전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조사가 종료된 후 이어지는 조서열람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로 조사실을 나서는 시간은 다음 날 새벽 시간이 될 수 있다. 조서를 열람하는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진술과 조서 내용이 일치하는지, 용어나 취지가 제대로 기재됐는지 등을 최종 확인한 후 서명날인을 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3월 21일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1시 40분 조사를 마쳤지만, 7시간 넘게 조서를 열람하면서 다음 날 오전 6시 54분께 귀가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BBK 의혹 등으로 특검의 방문조사를 받았고, 초선 의원이던 1996년에는 선거비용 관련 의혹으로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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