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 혐의 첫 재판에서 김 전 기획관은 “지금 이 시간 (이명박) 전직 대통령 소환 얘기를 들었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직접 말했다. 그는 또 “사건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하게 재판 일정에 참여하겠다”며 “내 죄에 대해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남은 여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김 전 기획관은 재판 내내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선배로 이 전 대통령의 개인자산관리와 사적인 업무를 비롯해 청와대 안살림까지 총괄한 인물이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008년 5월 부하직원을 보내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예산 담당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받게 하는 등 국정원으로부터 총 4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김 전 기획관 변호인은 “공소장 기재 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정원 특활비 불법 수수 혐의를 받는 김 전 비서관 역시 같은 재판부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김 전 비서관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거나 한숨을 쉬는 등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2009~2011년 청와대 파견근무를 했던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4월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입을 막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비서관 측은 돈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김 전 기획관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이르면 다음달 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에 재판부에 관련 기록들을 증거로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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