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검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정대정 부장검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암호화폐 거래소 A사를 비롯해 강남에 소재한 거래소 B사 등 총 세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회계장부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고객 자금을 대표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 정황은 발견됐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구체적인 횡령 액수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A사 등이 암호화폐 투자 명목으로 일반인들을 속여 자금을 모으는 등 자금조달의 위법성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거래소들의 허술한 자금관리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 거래소는 이용자들이 송금한 자금 중 42억원을 대표자의 개인 명의 계좌로 옮겨놓을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됐다. 또 다른 사내이사 명의 계좌로도 33억원이 흘러들어 갔다. 이 거래소는 여러 은행의 법인계좌들에 모인 고객 자금을 한 법인계좌로 모은 뒤 일부 자금을 거래소 관계자들에게 보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식으로 운영돼왔다. 거래소가 고객 자금을 활용해 암호화폐에 재투자한 정황도 파악됐다. 다른 한 거래소는 사내이사 명의 계좌로 586억원을 집중시킨 뒤 3개 은행 계좌로 다시 자금을 나눠 보냈는데 이 자금은 또 다른 한 거래소의 은행 계좌로 분산 이체됐다.
암호화폐 시장이 급성장하며 거래소들의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 자금관리 수준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30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인프라 투자에 취약해 대형 거래소들도 해킹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당국은 특히 거래소들이 고객 자금을 모으기 위해 사용한 법인계좌가 향후 각종 폐해의 온상이 될 것으로 봤다. 가상계좌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 중소형 거래소들은 자사 법인계좌나 임원 명의 계좌를 통해 투자 자금을 관리해와 자금 안정성은 물론 횡령·시세조종·회계부정 등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정·박진용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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