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첫 여성 억만장자 벤처기업인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바이오벤처 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주 엘리자베스 홈스가 업계에서 10년 동안 퇴출당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홈스가 이 같은 결정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홈스는 테라노스의 경영권과 의결권이 박탈되고 10년간 상장사에서 임원을 지내거나 경영을 할 수 없다. 50만달러(약 5억3,000만원)의 벌금도 내야 한다.
SEC는 또 홈스를 주식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2016년부터 테라노스를 상대로 조사해온 SEC는 홈스가 허위사실을 이용해 투자자들로부터 7억달러(약 7,5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홈스와 테라노스 측은 “SEC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면서 혐의에 대해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19세에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설립한 홈스는 2013년 피 한 방울로 모든 질병을 진단한다는 혈액검사 키트를 선보이며 단숨에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혈액검사 키트인 ‘에디슨’ 출시 이후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달러까지 치솟았으며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홈스는 단숨에 돈방석에 앉았다.
당시 홈스가 제시한 ‘꿈의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과 벤처업계의 거물 팀 드레이퍼 등 ‘큰손’들이 뭉칫돈을 들고 찾아왔다. 여기에 테라노스는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유명 인사들을 이사로 영입하며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검은색 목폴라를 입고 거침없는 언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홈스는 ‘여성 스티브 잡스’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신화는 혈액검사 효과가 상당 부분 과장됐고 진단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WSJ의 보도로 깨지기 시작했다.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키트는 실제 10여종의 기초 질병만 진단할 수 있었다는 보도에 홈스의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허위기술을 바탕으로 한 투자사기 혐의까지 더해지며 홈스는 검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사기극이 드러나자 기업가치는 땅에 떨어졌고 대규모 투자를 했던 머독이 1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줄을 이었다. 현재 테라노스 연구소들은 폐쇄됐고 투자자들은 홈스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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