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봄 너 거기 있었구나 - 고흥반도 밥상’ 편이 전파를 탄다.
전라남도 순천만과 보성만 사이 남해안으로 돌출한 다이아몬드 형의 반도. 다도해의 빼어난 풍광 뿐 아니라, 비옥한 어부의 땅 바다가 있어 어려운 시절에도 배 주리는 일 없었다는 풍요의 땅 ‘고흥반도’. 남도 끝자락 고흥 반도에서 계절은 먼저 맞은 봄 마중 밥상을 만나본다.
▲ 40년 바지락 인생
전라남도 고흥 앞바다, 바지락 배가 그물을 끌어올리자 통통한 바지락이 사정없이 끌려온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 바지락은 그야말로 남도의 보배다. 40년째 바지락 배를 이끌고 있는 서군섭씨는 남성 바지락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남성 마을에선 바지락 한 망을 먹어야 봄을 제대로 보낼 수 있다는 말까지 있다는데... 어떤 양념 없이 오직 맹물과 바지락만으로 끓여낸 바지락 탕도 진국이지만, 이 마을에는 바지락 철이 되면 빠질 수 없는 음식들이 있다. 멥쌀과 참깨를 불려 빻은 후, 채에 걸러 넣고 팔팔 끓여 바지락 살을 넣는 바지락 짓갱이, 살을 발라 낸 바지락을 나뭇가지에 끼운 뒤 말려서 양념을 해 먹는 바지락 꼬치, 새콤 달콤 바지락 회 무침, 담백한 바지락 젓갈까지 모두 귀한 자리에 내 놓는 마을 전통 음식이다. 바다가 주는 실하고 달큰한 선물 덕에 고흥 남성마을의 봄날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 풍성한 봄 갯벌의 감태 밭
바다의 고마운 먹거리인 산파래와 감태가 풍성한 밭을 이루고 있는 고흥의 봄 갯벌. 날이 더 따뜻해지면 감태가 녹아버릴까 손길을 서두르는 김애리씨는 차갑게 언 손을 따뜻한 물로 적시고 빼고를 반복한다. 파래보다 가늘고 식감이 부드러운 감태는 여러 번 세척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그저 향만으로도 봄 밥상을 점령한다. 고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산파래 구이는 바지락과 된장으로 양념한 후 나뭇가지에 돌돌 말아 먹는 음식으로 된장과 감태 향의 조화가 예술이다. 향 짙은 파릇파릇한 생 감태로 만드는 감태전은 감태의 식감이 살아있어 씹는 맛이 예술이라고. 배고픔을 이겨내고 건강까지 챙겨준 감태 덕분에 고향 떠난 사람들도 봄이 되면 초록 빛깔을 찾아 돌아오게 만든다.
▲ 때 묻지 않은 쑥의 고장, 애도
외나로도항에서 2km 떨어진 곳에 400년의 숨결을 간직한 애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쑥 애자를 써서 애도라고 불릴 만큼 쑥이 많고 유명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은 14가구 애도 주민들만이 묵직하게 섬을 지켜가고 있다. 애도라는 이름답게 봄 밥상의 주인공은 단연 쑥이다. 여리고 순한 햇쑥을 즙을 내지 않고 밀가루에 그대로 반죽하여 만드는 쑥 수제비, 데친 쑥을 된장과 고추장으로 양념해 콩가루를 넣고 참기름 한 방울 톡 넣어 고소한 쑥 무침, 쑥에 반죽을 묻히듯 하는 쑥 향 가득한 쑥전 모두 애도의 대표 음식이다.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게 쑥이라면 계절의 끝을 의미하는 해초류도 있다. 바로 나발초와 톳이다. 그렇기에 나발초국과 톳 굴 무침은 초봄 까지만 맛 볼 수 있다. 봄기운 가득한 해초음식과 쑥 요리로 애도의 밥상은 봄빛이 완연하다.
▲ 팔영산 아래 찾아온 봄
용이 몸부림치듯 장관을 이루는 팔영산 산자락 아래 고즈넉이 자리한 평촌 마을에는 봄바람 불어오는 시기가 되면 꼭 해먹는 음식이 있다. 고흥의 대표 먹거리인 낙지를 이용한 낙지팥죽이다. 찹쌀과 낙지, 팥을 함께 고은 낙지 팥죽은 고흥지역만의 보양식이다. 고흥의 특산물인 유자를 이용해 빚어내는 유자송편에는 벌써부터 봄내음이 가득하다. 유자송편은 비타민 섭취는 물론 기력을 회복하는데 톡톡히 한몫하는 보약 음식이다. 바다의 낙지와 땅에서 자란 유자의 조화가 아름다운 평촌 마을의 봄 밥상이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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