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감찰업무만 남겨두고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방안에 장점이 없지는 않다. 공직 비리에 대한 대응이 수월해지고 국회의 예결산심사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재형 감사원장도 7일 “국회의 예결산 업무, 행정부 견제 기능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은 득보다 실이 크다.
우리 정치구조상 감사원 기능이 국회에 종속되면 각 정당이 가만두지 않을 게 뻔하다. 국회 로비창구로 이용돼 과도한 감사 요구와 국회 개입에 따른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공산이 크다. 여야 간 정쟁 때마다 정치도구화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은 차치하더라도 입법 독주가 가속화될 수 있다. 입법권이 세지는 정도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 아예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지금 국회의 권한이 막강한 마당에 감사원 기능까지 넘겨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싹하다. 오죽하면 자문위가 “감사원 기능을 국회로 전속시키기에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여전하다”는 우려를 표명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 독립방안을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특히 자문위의 초안은 공론화 과정도 충분히 거치지 못했다. 제왕적 국회라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등을 철저히 검토한 후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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