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들 중에는 창립된 지 50년 이상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들이 여럿 있다. 창립 연도가 1939년인 대림산업, 1947년의 현대건설, 1960년의 두산건설이 대표적인 장수 기업이다. 그보다는 역사가 짧더라도 많은 건설사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기인 1990년대 이전 창립돼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산업화의 역군으로 활약했다.
◇현장 기반 조직문화·인재상 = 건설 현장에서 사업이 이뤄지는 특성상 건설업계의 조직문화와 인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현장’이다. 한 대형건설사에 20년 이상 재직한 A부장은 “건설업의 기본적인 특성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적극적, 도전적인 자세로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중시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건설 현장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면서 목표를 달성한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들 간 관계가 목표 달성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이러한 조직 문화는 현장에 근무하는 사업 부서뿐만 아니라 지원 부서까지 회사의 모든 조직에 적용되기 때문에 건설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선호되는 인재상은 구성원들과 협력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인재로 꼽힌다.
이러한 건설업계의 공통의 문화와 인재상은 각 건설사들의 인재상에도 반영돼 있다. 오랜 역사와 10조원 이상의 자산 규모로 ‘건설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의 인재상은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불가능을 극복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인재다. 이러한 인재상은 도전 정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이봐, 해봤어?”라는 말이 도전 정신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래미안’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인재상 중 하나는 인간미와 도덕성으로 충만한 마음을 지닌 사람(열린 마음)이다. 집단과 개인 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를 격려하며 이끌어 주는 동료애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로 조직 구성원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대림산업은 새로운 것 찾기, 멀리 내다보기, 자기 일의 으뜸, 고객 알기, 팀워크, 약속, 근검 절약 등을 실천하는 ‘한숲인상’을 인재상으로 정하고 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롯데월드타워를 시공하면서 주목 받은 롯데건설의 인재상은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해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성과인’, 진취적인 자세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인 ‘도전인’ 등이다.
◇조직문화 유연·수평하게 바뀌지만 채용 문은 좁아져 = 사회의 변화에 따라 건설업계도 바뀌고 있다. 건설업은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가 강한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수평적 의사소통이 중시되면서 조직 문화가 변화하는 추세다.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 또는 자유로운 캐주얼 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비롯해 근무 시간, 휴가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GS건설에서 첫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이 배출되는 등 여성의 비중과 역할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회식은 줄고 실무자들이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업무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조직 내 의사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과거 성장기를 이끌었던 해외 수주의 감소, 최대 수익원인 국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건설업계의 채용 문은 좁아지고 있다. 여러 대형 건설사들이 과거에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신입사원 정기 채용을 통해 수 백 명의 인원을 뽑았으나 최근 수년 사이에는 정기 채용 일정이 상반기 또는 하반기 한 차례로 줄었고 채용 인원도 두 자릿 수에 그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개사 중 올해 상반기 채용 일정이 확정된 기업은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GS건설, SK건설 4곳이다.
최근 수년 간 국내 주택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여러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개선돼 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금리 인상, 주택 공급 물량 증가 등에 따라 국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건설사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채용 문이 좁아진 만큼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의 조직 문화, 인재상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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