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으로 협상의 우위를 점해왔다. 상상할 수 있는 극단의 카드를 내보이며 상대방을 바짝 얼어붙게 만든 후 이보다 한 발 물러서며 결과적으로 본인의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이번 발언의 취지도 현재 계속되는 한미 FTA 재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한국이 가장 꺼리는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거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무역·통상 압박 수단으로 안보 이슈를 활용하는 셈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한미 FTA를 비판했으며 한국이 강한 경제를 구축했음에도 낡은 무역 규정을 이용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미국 정부가 철강, 세탁기 등 한국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를 비롯한 다양한 보호장벽을 두껍게 쌓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카드로 압박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두 번째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기에서도 최대한의 자국 이득을 끌어내기 위한 속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당국은 지난 7~9일(현시지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내년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양국간 첫 협의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탐색적, 초보적 의견교환이었다”면서도 “굉장히 힘든 협의가 될 것이라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 측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운용 비용을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거론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분 판단에 맡긴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이처럼 큰 것으로 확인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라는 카드를 빼내 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을 대상으로 통상에 이어 안보비용 청구서까지 들이밀겠다는 속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통상은 통상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분리해 대응한다는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정부가 통상과 안보에서 모두 손해를 감내해야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4월 말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북한이 비핵화를 촉구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6년 7월 5대 비핵화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 중에는 ‘핵 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 철수 선포’가 포함돼 있었다. 이번 협의에서도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면 북한은 미국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이 이런 협정을 맺기에 앞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미리 흘림으로써 여론을 떠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 내부에서 외교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라는 분석이다.//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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