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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뭄 이겨내는 사회

안병옥 환경부 차관





햇빛이 희고 부드러운 3월이다. 불어오는 바람이 살갑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겨울 맹위를 떨친 혹독한 추위 덕분인지도 모른다. 한반도를 강타한 추위의 배후에 북극의 기후변화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북극 주변의 기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찬 공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그 결과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의 한반도까지 내려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구온난화는 기후 시스템 교란으로 이어져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계절에 따라 강수량 편차가 큰 한반도에서 홍수와 가뭄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우리는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소양강댐은 역대 최저 수위인 152m를 기록해 수력발전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을 뻔했다. 2017년에는 충남 서부권의 가뭄으로 간척지의 모가 말라죽어 모내기를 다시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까지 가뭄 대책의 근간은 관정 개발, 댐 건설, 상수도 보급 등이었다. 이런 공급 중심 대책은 지역에 따라 가뭄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물관리 체계로는 강력해지는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분명해지고 있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과거 30년간 연평균 강수량 약 1,323억톤 가운데 실제로 이용된 양은 28%인 372억톤에 불과하다.



이는 물 공급 능력 확대에 치중한 반면 물 수요를 관리하고 대체 수자원 개발에는 소홀했던 물관리 정책의 불균형과 깊은 관련이 있다. 환경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 순환 체계 개선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펼 방침이다. 지역과 지구 단위별로 빗물 이용 방안을 마련하고 불투수층을 최소화해 빗물 순환을 돕겠다는 것이다. 또 강변 여과수 같은 다양한 대체 식수원 개발도 추진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환경부는 수돗물 누수를 막는 노후상수도 개량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여왔다. 오는 2028년까지 이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매년 보령댐 저수용량의 1.4배에 이르는 1억6,000만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5,000만톤가량인 생활하수의 공업용수 재이용량을 2020년까지 1억1,000만톤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도 물을 아껴 쓰는 것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은 가정에서 하루 평균 약 280ℓ의 수돗물을 쓴다. 독일·네덜란드의 이용량 150ℓ의 약 1.9배를 사용하는 셈이다. 물 절약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양치 컵을 사용하면 5ℓ, 샤워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면 19ℓ, 싱크대에 물을 받아 설거지하면 20ℓ의 수돗물을 매일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내리는 비를 지혜롭게 사용하고 땅이 빗물을 머금어 물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준비를 미리 해둬야 한다. ‘물은 생명’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여 물 절약을 생활화할 때 우리는 ‘가뭄 이겨내는 사회’로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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