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 노래방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과 송파구청이 수개월째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퇴폐영업행위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결국 용두사미로 그치는 것 아니냐”며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2~16일 세 차례에 걸쳐 가락본동주민센터에서 가락시장역에 이르는 80번지 일대를 취재한 결과 상당수 업소가 배짱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철문을 설치해 경찰의 예기치 않은 단속을 막고 단골 위주로 영업했다. 노래방을 드나드는 접객원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업주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손님 예약이 많으니 미리 연락을 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업주로 보이는 한 여성은 노래방 출입구에서 “나이대가 어떻게 되는데? 여긴 연령대도 다양해”라며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는 데 여념이 없었다.
현행 소방법상 내부에서 문을 개방할 수 있으면 위법사항이 아니라 철문을 설치한 노래방을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가락동 노래방 타운 일대만 순찰을 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과 송파구청은 지난해 9월부터 가락본동 성원상떼빌 주변 173개 유흥업소를 집중정화지역으로 선정하고 특별단속에 나섰다. 초기 100일간은 총력전에 가까웠다. 경찰은 가락본동 일대에 패트롤카만 10대를 돌렸을 정도다. 송파구는 전국 최초로 중과세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가락동 노래방협의회 관계자들은 지난주부터 송파구청에서 매주 시위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구청과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노래방 퇴폐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전시행정에 그치는 분위기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송파구의 중과세는 일부 사업장에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133개의 유흥업소 가운데 중과세 대상은 8곳에 불과하다. 송파구 태스크포스(TF)팀 내 노래방 담당 행정공무원 역시 신규 업소 등록과 경찰서 행정처분을 관리하는 2명뿐이고 저녁이면 퇴근해 심야에 기승을 부리는 노래방을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노래방협의회 관계자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주는 “술을 파는 노래방이 전국에 널렸는데 가락동만 집중 단속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자정 노력을 펼치는 업주들도 적지 않은데 중과세가 내려지면 영세사업자들은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진용·유동현기자 yong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