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은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3無녀에게 가짜 신분상승이라는 인생 치트키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황금빛 인생 체험기를 그린 세대불문 공감 가족극.
서은수는 극중 서지안(신혜선 분)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 서지수 역을 맡아 출생의 비밀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인물을 연기했다. 평범한 흙수저 집안의 딸인 줄 알고 20여년을 살다가 하루아침에 금수저가 됐지만 ‘빵 만들기’란 꿈을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올곧음을 보여줬다.
‘황금빛’에서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비타민 역할을 한 서은수는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카페에서의 만남에서도 밝고 활기찬 기운의 ‘지수스러움’을 뿜어냈다.
지난해 9월 방영을 시작한 ‘황금빛 내 인생’이 지난 11일 52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이에 서은수는 “준비기간까지 총 8개월 동안 참여했는데 그만큼 시간이 빨리 간 줄 몰랐다. 6개월 정도 지나갔나 싶었는데 벌써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그나마 실감한다. 매일 보던 사람들을 못 보는 것도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아쉬움을 쏟아냈다.
‘황금빛’은 최고 시청률 45.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 덕에 ‘황금빛’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지난 12일부터 4박 5일 미국 괌에서 포상휴가를 만끽했다. “완벽하게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천국이라면 이 곳이겠구나’ 싶었다. 첫 날에 새벽 3시쯤 도착했는데 6시쯤에 즉흥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스카이다이빙을 하자고 해서 바로 자유를 만끽하다가 왔다. 이제 다들 끈끈해졌는데 끝나서 아쉽다.”
아직 포상휴가의 여운이 남는 듯 눈을 반짝이던 서은수는 특히 신혜선과의 애틋한 동료애를 강조했다. “언니가 정말 저를 많이 챙겨줬다. 내가 큰 역을 처음 맡기도 했고 쌍둥이 동생 역이라 정말 동생처럼 대해주셨다. 부족한 부분도 많이 알려주고 고민 상담도 많이 해줬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 있으면 통화하면서 풀었는데 친자매 같았다. 은석이가 해성가에 들어갈 때 감정의 변화가 큰 부분에서 특히 언니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연기했다.”
그러면서 서은수는 신혜선이 해준 조언 중 기억에 남는 것으로 “‘너가 지수야. 다른 어떤 명배우가 와도 네가 쌓은 지수를 대신할 사람은 없어. 네가 하는 게 정답이야’라고 말해줬다. 이후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해야지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극중 서브커플로 함께 호흡을 맞춘 선우혁 역의 이태환에 대해서도 깊은 우정을 드러냈다. 서로 동갑인 탓에 더욱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고. “이 작품을 하면서 시간이 잘 안나 만날 사람이 별로 없었다. 친구도 잘 못 만났다. 그 대신 태환, 혜선 언니, 제가 자주 만나면서 돈독해졌다. 항상 만나고 부딪히다 보니 정말 친해졌다. 태환이가 연기할 때 상대 여배우 중심으로 다 맞춰줬다. 처음에 둘이서 꽁냥거리는 신들이 많았는데 그 때 정말 재미있게 웃으면서 촬영했다. 너무 편했다.”
수제 빵집 사장 강남구로 분한 최귀화에 대해서는 “정말 나이브하시다. 매 테이크 다르게 연기해주셨고 대본 틀에 얽매여있지 않은 분이셨다. 내가 대사를 다르게 하면 수정해서 연기를 맞춰주셨다. 존경하는 선배였는데 현장 분위기도 유쾌하게 만들어주셨다. 무엇보다 애드리브를 잘 해주셔서 볼 때마다 빵빵 터졌다. 빵을 활용해서 ‘이런 식빵’이라며 유머를 치시기도 하셨는데 웃음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유쾌한 현장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비중 있는 역을 선보인 탓에 시청자의 호불호 반응을 피해갈 순 없었다. 서지수는 몰아친 연기지적과 칭찬 모두 배우는 자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댓글을 보는 편이다. 지적이 안 속상하다면 거짓말인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당근과 채찍이라 생각한다. 이번 지적은 처음에 긴장해서 생겼던 실수였던 것 같다. 지수가 이기적인 캐릭터여서 생긴 욕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분들께 더 설득하기 위해 대본을 더 보려고 했다.”
반대로 기분 좋았던 반응으로 “내가 한 연기를 보고 같이 눈물 흘렸다는 걸 보고선 배우로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고 말한 서은수는 ‘황금빛’에서 이태환과 선보인 가장 설레었던 장면으로 영화관신을 꼽았다. “의자가 넘어져서 지수와 우혁이가 서로 닿을 뻔할 때인데, 그들이 처음으로 ‘심쿵’한 장면이다. 그 때 영화관이 더워서 저절로 얼굴이 발그레해진 효과가 있다.”
‘황금빛’ 중 가장 촬영하기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서태수(천호진 분)의 장례식 장면을 언급했다. “태수의 영정 사진 앞에서 촬영할 때 분위기가 정말 어두웠다. 내가 엄마를 달래면서 우는 신을 촬영했는데 가만히 있는데도 눈물이 났고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연기임에도 괜히 우리 아빠 얼굴이 비춰지면서 감정 이입이 됐다. 그땐 집에 가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매니저 오빠랑 스타일리스트가 걱정할 정도였다. 나뿐만 아니라 그 장면에서는 카메라 감독님까지도 모두 다 울었던 것 같다.”
‘황금빛’ 하면 ‘상상암’ 논란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극 중반에 서지수의 아빠 서태수가 상상암에 걸린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더니, 후반에 서태수의 진짜 위암 말기가 밝혀지면서 가혹한 전개로 많은 시청자들을 분노 반 슬픔 반으로 울컥하게 만들었다.
“사실 배우는 우선적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서사대로 가기 때문에 맡은 바 아버지와 지안, 지수의 스토리로밖에 볼 수 없었다.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상상암’에 걸렸을까 생각했고, 그게 실제로 밝혀졌을 때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했다.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저희끼리는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 아버지의 책임감과 무게감이 얼마나 컸을까 싶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