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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당선되자 '3억 뇌물' 지광 스님에 "고맙다" 전화

검찰, 당선사례를 금품제공 감사 표시로 판단

MB "전혀 모르는 일...측근들이 처벌 낮추려 허위진술"

지난 15일 오전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말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능인선원 주지인 지광 스님에 직접 전화해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이 전화가 수억원대의 불법자금을 지원받은 데 대한 감사의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20일 사정 당국 발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 전 대통령이 제17대선 직전 지광 스님으로부터 현금 3억원을 받았다는 혐의사실을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이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재직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지시를 받고 지광 스님을 찾아가 돈을 전달받았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따른 것이다. 지광 스님도 최근 검찰에 출석해 이 전 대통령 측에 현금을 전달한 사실을 시인한 것을 알려졌다.

돈을 건네받은 후 이 전 대통령은 제17대 대선에서 승리하자 지광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접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당선사례를 했다. 검찰은 이 당선사례를 자금 지원에 따른 감사 표시로 봤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는 지광 스님 외에도 이 전 대통령 측에 금품을 건넨 이들이 적혀있다. 자금 거래의 통로 역할을 맡은 사람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대선캠프 내 핵심 측근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품 제공자들은 중소기업이나 개인회사 운영자들이었다. 이 전 대통령측이 100대 기업이 아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을 자금책으로 삼은 것은 불법자금 거래 과정에서 ‘뒤탈’이 없게 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총 22억6,000만원을 이 전 대통령측에 건넨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전 회장은 성동조선해양 등에서 모금한 돈 19억6,000만원과 우리금융회장 연임을 위한 로비자금 3억원 등을 전달했다.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도 불법자금을 지원한 대가로 2008년 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레미콘 회사 등을 소유한 재력가인 김 전 의원은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동문 모임에서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측근인 천신일 세모 회장, 김 전 총무기획관과 친분을 쌓은 뒤 김 전 기획관을 통해 4억원을 건넸다.

이 외에도 대선 직전인 2007년 9~11월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 관급공사나 인허가 절차의 편의를 위해 5억원을, 2007년 12월 손병문 ABC 상사 회장이 사업상 편의를 얻으려 2억원을 김 전 기획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 불법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부정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렸거나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의 측근 진술에 대해서도 “자신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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