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금융통화위원도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상승은 경쟁력 약화를 부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임금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려 내수도 함께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꼬집은 셈이다.
두 사람이 지적한 내용 자체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비록 두 사람의 발언이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임에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최근 한은이 생산성 제고와 관련한 발언과 보고서가 부쩍 잦아져서다. 이달 초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임금 불평등 심화는 기업의 생산성 차이가 벌어진 데서 비롯된다”며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총재와 이 위원 발언의 방점은 경제활력을 높이려면 생산성 제고에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데 있다. 구조개혁의 뒷받침 없이는 생산성 제고의 길이 요원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생산성 향상은 저출산 쇼크에 직면한 우리나라로서는 잠재성장률 추락을 막을 사실상의 유일한 방책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절간’으로 불리는 한은조차 쓴소리를 하는가를 정부 당국은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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