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0주년을 맞는 제주4·3희생자추념일이 지방공휴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재의 요구로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 재의요구안’이 가결됐다. 여야를 포함한 재석의원 31명(재적 39명)이 전원 찬성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정부가 ‘공공기관 휴무에 따른 혼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조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의회가 해당 조례안을 원안대로 의결한 것이다. 국내에서 조례로 지방공휴일을 정한 사례는 제주가 처음이다.
조례안은 4·3추념일인 매년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전 도민이 희생자를 추념하며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방공휴일 지정이 유력해지면서 공포 주체, 적용범위와 위법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조례안을 공포해야 할 제주도가 정부와 지방의회 사이에서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정부의 입장을 외면할 수도, 4·3 희생자 유가족 등 제주도민 상당수의 바람을 저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제주도의회 의장 직권으로 조례안을 공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방공휴일이 시행되더라도 도민의 혼란이 예상된다. 조례상 지방공휴일 적용대상은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한 하부 행정기관 등에 한정되고, 금융기관과 병원·사기업·학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4·3 70주년을 맞아 도내 사기업에서 공휴일에 얼마나 동참할지 미지수다. 조례안은 이와 관련해 도지사가 ‘4·3희생자추념일의 공휴일 지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도민과 각 기관 단체 등이 공휴일 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정부 또는 제주도가 조례의 위법 여부를 가려달라며 대법원에 제소할 가능성도 있다. 전국적으로 지방공휴일 지정이 추진된 적이 없고 권한을 위임하는 상위법령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방자치법상 지자체의 지방공휴일 지정은 자치사무의 일환이라는 의견과 법령의 위임 없이 지방공휴일을 지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반대의견이 부딪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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