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관이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에서 자국 반체제 인사의 발언을 방해하며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고 20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 양젠리(楊建利)는 이날 유엔과 유엔 감시 비정부기구인 유엔워치(UN Watch)의 초청으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을 대표할 중국 공산당의 권리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중국 내 인권 현실에 관한 발언을 하다가 제네바 중국대표부 측 관계자로부터 여러 차례 견제를 당했다. 중국대표부 외교관인 천청은 “양젠리의 개입은 UNHRC의 평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단호히 거부돼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그의 발언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양젠리는 이날 중국의 대약진정책, 문화혁명, 파룬궁·민주화 운동 금지 등 최근 수십 년간의 중국 역사를 사례로 들며 “수백만 명이 죽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연설에 끼어든 천청은 규정에 어긋난다며 “양젠리의 연설을 중단해 달라”고 의장에게 항의했다.
양젠리는 굴하지 않고 중국 당국이 신장과 티베트의 교회와 활동가들을 단속하고, 이들의 발언을 통제하기 위한 독재의 길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제한된 시간의 연설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천청도 양젠리가 주제를 벗어난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며 계속 시비를 걸었다. 두 사람 모두 중국어로 발언했고, 이들의 발언은 통역됐다.
양젠리는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인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워싱턴에 본부를 둔 중국인 인권단체인 ‘공민역량’(公民力量)을 설립했다. 그는 하버드대 연구원으로 있던 2002년 당시 중국의 노동인권 실태를 파악하고자 중국에 밀입국했다가 간첩 혐의로 5년간 수감되기도 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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