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하 ‘황금빛’)이 종영한 후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태환은 작품 중 가장 화제가 됐던 ‘상상암’ 회차에 입을 열었다. 극중 주인공 서지안(신혜선 분)과 서지수(서은수 분)의 아버지 서태수(천호진 분)가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고된 삶에 지친 나머지 ‘상상암’에 걸리고 만 장면이다. 실존하지 않는 의학용어 등장에 시청자들이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나를 비롯해 배우들은 오히려 ‘상상암’에 대해 신경을 안 썼다. 어떤 실험 영상을 보고 사람에게 ‘정신력’이 중요한 걸 알게 됐다. ‘상상암’도 서태수가 가족에게 버림을 받고 죽고 싶은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당연히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히려 안타까웠다. 댓글을 보고 나서야 ‘상상암’이 없는 단어인 줄 처음 알고 신기했다. 방송을 시청자 입장에서 봤는데, 서태수라는 인물이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드라마에 공감을 했다.”
‘황금빛’에서 이태환이 분한 선우혁은 극 초반 고등학교 동창 서지안과 자신을 짝사랑하는 서지수 사이에서 두 갈래의 연인관계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론 털털하고 강단 있는 서지안과 강아지상의 서지수 중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선호할까.
“‘시원시원한 강아지’가 좋다.(웃음) 데뷔 전부터 이상형으로 정말 편하게 교류할 수 있고 날 리드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옛날에는 지안이 같은 타입이 좋았다면 지금은 막연히 대화가 잘 통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서로 아껴주고 싶고 힘든 걸 솔직하게 얘기하는 관계를 원한다. 혁이가 지수를 통해 자신을 깨달았던 것처럼 나도 상대방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 이번 기회에 두 타입을 절묘하게 만났던 것 같다.”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연기를 시작해 ‘고교처세왕’ ‘화정’ ‘돌아와요 아저씨’ ‘W’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등에 출연한 이태환은 사실 2010년 16세 나이로 모델 일을 시작,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경험했다. 2011년에는 제6회 아시아모델상시상식 신인모델상도 수상한 재원이었다. 이태환은 “차승원 선배님을 SBS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고 롤모델로 삼게 됐다”고 밝혔다.
“중학교 1학년 때 C.A 활동을 하면서 모든 직업 분야의 분들을 초빙해서 진로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이전에는 군인이나 소방대원을 하고 싶었다. 내가 평생 즐기면서 남들이 안 하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차승원 선배님이 ‘패떴’에서 대야를 들고 넘어지며 몸개그를 하신 걸 봤다. 너무 인상 깊었는데 이후에 송지오 패션쇼에서 차승원 선배님이 모델로 나오시더라. 반전의 모습을 보고 바로 모델 일을 찾아봤다. 모델과가 있는 학교 중 한림예고를 알게 됐고 부모님을 설득시키고 입학했다.”
“모델 일을 하다가 연기도 같이 배우면서 발레, 요가,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방송댄스 등 이것저것 했다. 3년을 활동하면서 학교생활도 충실히 했다”는 이태환은 학창시절 수학, 영어 성적이 최고 1, 2등급까지 나오도록 내신에도 신경 썼다고.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쇼도 서보고 싶다. 예전엔 김우빈, 김영광 선배님과 같이 모델 일을 했다. 그런데 나이차이가 났기 때문에 그 분들은 절 기억 못할 것 같다.(웃음) 지난 연기대상 때는 송원석 형, 장기용 형과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내 나름대로 세계 모델 이름, 랭킹, 브랜드명, 시그니처, 패션 같은 걸 다 외우고 공부도 많이 했다.”
이태환은 소속사 판타지오의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달 24일에는 일본 도쿄 나가노 선플라자에서 서프라이즈 멤버 서강준, 공명, 강태오, 유일과 2018년 첫 해외 팬미팅 ‘5urprise Fanmeeting 2018’을 가졌다. 앞으로의 그룹 활동을 묻자 “당분간 그룹 스케줄이 확실하진 않다. 한 명씩 잘 될수록 스케줄이 서로 안 맞고 그런 상태다. 스케줄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해외 팬 분들께 또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환은 ‘황금빛’ 출연 이후 ‘서프라이즈’ 팀으로부터 받은 응원 메시지를 밝혔다. “먼저 공명이와 태오가 톡방에 제가 ‘황금빛’에서 연기하고 있는 표정을 찍어 올리면서 ‘너무 멋있었다’ ‘좋았다’고 해주더라.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꼈다. 톡방에서는 보통 내가 웃긴 그림이나 사진을 올리는데, 한동안 나도 바빠지니까 단톡에 소홀해졌더니 어느 날 강준 형이 ‘초심을 잃었다’고 놀리더라. 지금은 오히려 강준 형이 그런 걸 먼저 올린다. 태오도 간혹 많이 올린다. 공명이는 리액션 담당이다.(웃음)”
지난해 여름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KOMODO’편과 ‘런닝맨’에 출연한 이태환에게 이후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는지 묻자 그는 자신을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라 소개하며 “몸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건 잘 한다. 아직 예능 울렁증이 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박찬호 선수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이제 막 20대 중반인 이태환은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더 많다. ‘황금빛’으로 한창 주목받기 시작한 지금부터가 그에게 연기인생 제 2막일 터. “외모가 세고 지금까지 강한 역을 맡다보니 아직 저에 대한 편견이 있다. 앞으로 편하게 다가가고 싶다. 캐릭터로는 카리스마 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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