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에 본사를 둔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회원 정보를 유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선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페이스북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CA와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영국 의회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출석 요청서를 보냈다.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거액의 벌금 부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으로 페이스북 가입자들의 대규모 탈퇴 조짐도 감지돼 페이스북이 사상 최대의 정치적, 법적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이 CA에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허용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FTC는 페이스북이 이용자 5,000만명의 정보를 CA에 넘길 때 사전 동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2012년 도입된 관련 규정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른 다른 업체와 공유할 때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면 거액의 벌금 부과가 예상된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2012년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해 2,250만 달러의 벌금을 낸 적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CA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이용자는 27만명이나 이 회사는 이들의 친구들에 대한 정보까지 취득, 대략 5,00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며 만약 FTC가 페이스북의 규정 위반 사실을 찾아낸다면 건당 최대 4만달러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고 밝혔다.
EU도 자체적인 조사를 추진 중이어서 페이스북은 동시다발적인 수사에 직면하게 됐다. 베라 요우로바 EU 법무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사건을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금주 미국 방문 동안 페이스북의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EU 개인정보 보호 당국에 페이스북 스캔들에 대해 조사하라고 요구했다고 요우로바 집행위원 사무실 측이 확인했다.
마리야 가브리엘 EU 디지털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계속해서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EU는 크고 분명하게 개인정보 보호는 EU의 핵심가치라고 말할 것”이라고 언급해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캐나다 국민의 사생활정보 보호 감독 기관인 캐나다 프라이버시위원회도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과 관련, 독자적인 조사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의회에서는 저커버그의 청문회 출석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진상 파악을 위해 저커버그 CEO의 직접 증언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CA 본사 소재지인 영국의 하원 미디어위원회는 저커버그에게 의회에 출석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다미안 콜린스 미디어위원회 위원장은 요청서에서 “이번에 발생한 비극적인 절차적 실패와 관련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는 페이스북 고위 간부에게 얘기를 들어봐야 할 시점”이라며 “저커버그 CEO가 직접 대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국에 이어 미국 의회서도 저커버그 소환이 거론된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침해를 “위험한 신호”로 규정하고, 저커버그 CEO가 보안정책에 있어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면 의회가 개입해야 한다며 저커버그의 의회 출석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 CEO의 의회 출석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고 현재 내부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전방위 압박으로 인해 20일 뉴욕 증시에선 페이스북의 주가가 이틀째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칼럼에서 페이스북이 CA의 정보유출을 발견하고도 즉각적인 법적 대응 없이 정보 파기만을 지시했다며 이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페이스북이 이번 사태를 철저하게 규명하지 않는다면 직무 태만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누구의 책임인지를 정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이스북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종류의 유료 정치 관련 콘텐츠는 거절하고, 공공연한 정치 조직의 활동은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FT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정보를 주고받는 공짜 플랫폼의 사용료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며 ‘만약 모두가 페이스북을 떠난다면 우리 개개인은 불편해질지 모르지만 집단으로는 더 좋을 수도 있다. 저커버그는 이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라고 꼬집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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