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21일 이 전 감독에 대해 상습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전 감독의 구속영장 신청 사유에 대해 “상습성이 인정되는 중죄에 해당되고 도주와 피해자 회유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8명을 상대로 24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피해자들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 사이 이 전 감독이 여성 연극인 17명을 62차례 성폭행 및 성추행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성폭행 혐의 등 이 전 감독의 범행 중 상당수가 공소시효 문제로 혐의에서 제외됐다. 경찰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적용하지 못한 부분도 구속영장 신청서에 모두 적시해 2010년 신설된 상습죄 규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도록 했다”며 “처벌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은 앞서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나지만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겠느냐”며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이 전 감독의 성폭력 행위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이날 이 전 감독의 구속영장 신청 소식을 접한 피해자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제일 먼저 고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더 많은 피해자가 움츠려들지 않고 용기를 내기 위해서 구속은 너무나 당연하고 시급했던 조치”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피해자는 “그동안 위계와 권력에 의해 방치되고 묵인되어온 공연예술계의 성폭력 관행들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서은영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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