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임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처음 주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은 파월이 키를 잡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이 기존 전망대로 세 차례에 그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 호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 효과가 미 경제를 달구고 있지만 파월 의장이 당장 매파적 면모를 보이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미국 경기의 확장세를 수긍하며 금리 인상 횟수가 네 차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빠르게 반영해나가는 모습이다.
시장은 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준의 FOMC 회의에 앞서 기준금리를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사실상 100%로 예측했다.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회의에 앞서 20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68% 상승한 90.37을 기록했다.
연준도 일찌감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어 이번 FOMC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지난해 12월 연준이 밝힌 향후 금리 인상 경로(올해 3회, 내년 2회)의 유지 여부에 집중됐다. 연준 위원들은 22일 오전4시(한국시각 기준) 끝나는 FOMC 회의 후 새로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함께 고용 및 물가상승률 예측치를 제시하고 향후 금리 인상의 계획을 시장에 보여주는 ‘점도표’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달 의회에 처음 출석한 파월 의장은 연준이 가장 최근 점도표와 성장률 전망을 밝힌 지난해 12월보다 “미 경제 상황이 진전됐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3월 FOMC에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네 차례로 늘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도 전달 대비 0.2% 오르는 데 그쳐 1월(0.5%)에 비해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파월 의장이 FOMC 신고식에서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 전망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시장에 매파적 면모를 각인시켜 채권 및 증시, 외환시장을 한꺼번에 흔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파월호(號) 연준이 점차 재닛 옐런 전 의장 시절보다 매파적인 성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신중한 태도로 3월 FOMC 데뷔전을 치른 파월 의장이 미국 경기 확장세와 인플레이션 목표치(2%) 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오는 6월쯤에는 금리 인상 횟수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내년 금리 인상 전망을 늘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이전보다 더 매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는 세 차례를 유지하는 한편 내년에 대해서는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늘려 예측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경기 과열 우려로 금리 인상 횟수를 세 차례로 유지하더라도 하반기로 갈수록 긴축 속도를 내며 실제는 네 차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경제 전문매체인 블룸버그가 이날 41명의 경제 전문가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3월을 포함해 3개월 마다 0.25%포인트씩 금리가 올라 연말에는 기준금리 상단이 2.5%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도 이달 월가의 16개 투자은행(IB)의 올 금리 인상 횟수를 조사한 결과 9개사가 ‘4번 인상’을 전망하며 이전 조사보다 3곳이 늘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연준 일부에서 보다 확실한 물가 상승 신호를 기다리고 있지만 세계 경제 상승세와도 맞물려 연준 내에 금리 인상 횟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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