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겨냥한 신설 세금인 ‘디지털세’를 공개했다. 사실상 오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발효를 앞두고 EU가 실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분석돼 미국이 어떤 맞불조치를 내놓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2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응한 ‘무역제한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통상분쟁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21일 ‘디지털세’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세는 세계 연간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약 9,890억원), EU 역내 매출이 5,000만유로 이상인 IT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순이익이 아닌 매출에 3%를 과세하는 제도다. 28개 EU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 입법이 완료되면 EU는 연간 48억유로의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앞서 이달 말로 예정됐던 디지털세 공개 일정을 앞당겼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통상 보복조치라고 해석했다. 특히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미국을 상대로 오는 23일 발효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EU를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어서 ‘EU도 미국을 상대로 꺼낼 수 있는 패가 많다’는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미국의) IT 기업을 지목해 부과하는 어떤 국가의 세금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어 미국이 맞불조치를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WSJ는 미국 백악관이 ‘대중 무역제한 패키지’를 22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줄곧 지적해온 중국의 지적재산권 도용을 겨냥한 것으로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해 8월부터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조사해 중국의 지재권 침해가 미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다. 제재안에는 △300억~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중국의 대미투자 규제 △특정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까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중국 정부가 대두 등 미국의 주요 농산품에 무역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 보복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해 미중 간 통상분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심화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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