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소리는 자연으로부터 들린다. 기세등등하던 칼바람이 쫓겨나듯 물러나고 겨우내 웅크렸던 나무는 기지개 켜고 꽃망울을 터뜨린다. 분분히 흩날리는 꽃잎이 향긋한 봄, 봄, 봄이다.
지난 주말 다녀온 경기 광주의 화담숲도 봄맞이 새 단장에 한창이었다.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화담숲은 겨울철 폐장 기간을 거쳐 지난 16일 개장했다. 자동차를 가져온 고객들도 화담숲으로 들어가려면 곤지암 리조트 옆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매표소 앞으로 가면 입장료와 구간별 모노레일 이용 요금이 적힌 안내판이 나온다. 약 41만평(135만5,371㎡) 부지에 조성된 화담숲은 도보로만 둘러볼 경우 적게 잡아도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운동 한번 제대로 하고 가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은 방문객이 아니라면 2구간까지는 모노레일을 이용한 뒤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입구에 들어서서 조금만 걸으면 소나무와 단풍나무의 시원한 그늘 아래 솔이끼와 들솔이끼·비꼬리이끼 등이 자라고 있는 ‘이끼원’이 보인다. 모노레일 ‘1승강장’은 바로 그 옆에 있다. 8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모노레일에 몸을 싣고 너무 급하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속도로 올라가면 이내 왼편에 ‘자작나무 숲’이 나온다. 줄기의 껍질이 하얗게 벗겨진 자작나무들이 마치 하늘에서 쏟아진 눈꽃을 품은 듯 눈부신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2승강장’에서 하차한 뒤 숲 트레킹 코스로 들어섰다. 아직 초봄이라 꽃이 만개하지 않았구나, 실망감이 불쑥 솟으려는 찰나 초록빛으로 우거진 ‘소나무 정원’이 탁 트인 시야 안에 들어왔다. 1,300여 그루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소나무 숲이다. 문을 연 지 닷새가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숲은 가족·연인과 나들이를 나온 상춘객들로 빼곡했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당당한 위용을 뽐내는 바위를 벗 삼아 방문객들이 숲의 이름처럼 정답게(和) 이야기를 나누고(談) 있었다. 소나무 정원을 지나 아래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화담숲이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통담장길’과 ‘추억의 정원길’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기와로 만든 담장과 귀여운 전통 인형들로 꾸며진 이 공간에 들어서면 민속촌에 온 듯 푸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화담숲은 봄을 맞아 오는 4월 중순까지 100여 종의 꽃을 감사할 수 있는 ‘야생화 축제’를 진행한다. 산수유와 풍년화·개나리 등 노란 봄꽃이 산책길 곳곳을 뒤덮고 수선화·금낭화·은방울꽃·모란 등 키 작은 야생화들도 저마다의 빛깔을 뽐내며 봄의 정취를 더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천연기념물인 황쏘가리와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쉬리,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등을 볼 수 있는 곤충·민물고기 생태관을 들러도 좋겠다. 16일 개장한 화담숲은 11월 말까지 운영되며 개장 시간은 오전8시30분부터 오후5시30분까지다. 입장료는 일반 1만원, 어린이 6,000원이다. 모노레일 이용 요금은 별도이며 입장료의 경우 이달 31일까지는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화담숲에서 차로 10분가량 달리면 나오는 경기 도자박물관도 가족과 함께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인 명소다. 경기 광주는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왕실용 도자기를 생산한 ‘관요(官窯·관청에서 필요로 하는 도자기를 구워내는 사기 제조장)의 고장’이었다. ‘곤지암 도자공원’ 내에 위치한 도자박물관은 상설·기획 전시실과 도자 문화실 등 총 4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고려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소장품을 통해 한국 도자기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자기 제작 과정 전반에 관한 체험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이하 2,000원이며 광주 시민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매년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중대동에 위치한 ‘중대물빛공원’까지 구경하면 광주 당일 코스가 완성된다. 2012년 7월 문을 연 중대물빛공원은 인공호수인 ‘홍중저수지’에 산책길을 만들고 분수 광장과 각종 운동시설 등을 설치한 수변 공원이다. 총 둘레 1.9㎞의 산책로는 부담 없이 봄기운을 만끽하며 거닐기에 제격이다. 시(市)가 방문객 선호도와 전문가 의견 등을 바탕으로 10년 만에 재정비해 발표한 ‘광주 8경’에 새롭게 포함되기도 했다. /글·사진(경기도 광주)=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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