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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펠로 대통령 개헌안 진단]"국민 합의 부족해 이념대립 우려… 재산권 침해 소지도 커"

국무회의 안거치고 靑이 발표나서 절차적 정당성 결함

헌법에 토지공개념 등 조항 명시 땐 경제발전 도움 안돼

대통령 인사권 축소 고리 삼아 여야 막판 타협 가능성





청와대가 지난 20일부터 3차례에 걸쳐 나눠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이 모두 공개됐다. 오는 26일로 예고된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번 개헌안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여야 정치권을 넘어 진보와 보수진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현실화될 경우 정국은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정치·헌법 분야의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는 23일 충분한 국민적 합의나 토론 과정 없이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으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개헌안의 세부내용을 놓고선 의견이 엇갈리긴 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해법이 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다소 앞섰다. 아울러 헌법에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아 재산권 침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펠로들은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만큼 남은 시간이 얼마 없지만 이제라도 여야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회 차원의 개헌안 발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청와대 주도로 사흘에 걸쳐 이뤄진 대통령 개헌안 발표 방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경 펠로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개별 조문들이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마치 토막 내듯 나눠서 발표하다 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며 “더욱이 발표 주체가 청와대였던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청와대 발표 이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절차적 결함에 대한 비판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참여개헌’을 표방했지만 개헌안 발표에 앞서 정작 국민적 토론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문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번 개헌안은 현행 헌법의 전반을 손보는 작업임에도 국민적인 컨센서스(합의)를 확인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며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못한 전면적인 개헌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고 꼬집었다.

이번 개헌의 핵심 목표인 대통령의 권한 축소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장영수 교수는 “주요 권력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이 보장되면서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은 크게 줄어든 게 없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할 개헌이 오히려 연임 허용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헌법재판소장 임명 권한 삭제 등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려는 노력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이 법률로 구체화해 국민 권익과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국회에서 합리적인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국회의 총리 추천제에 대해서도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했다. 장 교수는 “집권세력이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구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선 국회 총리 추천제를 도입해 공정한 정책 경쟁과 견제의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찬성했다. 이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총리 선출 권한을 국회에 넘기는 것은 사실상 내각제를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대했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문현 교수는 “사회·경제적 변화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경제 관련 조항을 경직성이 강한 헌법에 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헌법에 경제조항을 너무 상세히 명시하면 미래세대를 구속할 수 있어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평 교수는 “이념적으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도덕적 우위에 사로잡혀 토지공개념 강화가 옳다고 끝낼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면서 경제정책의 실패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펠로들의 공통된 전망이었다. 다만 김문현 교수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굉장히 촉박하지만 여야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극적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내다봤고, 임지봉 교수도 “아직 결과를 속단하지 말고 끝까지 국회 논의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철 교수는 대통령 권한의 핵심인 인사권 축소를 고리로 여야가 절충점을 찾는다면 막판 합의도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김현상·박우인·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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