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북바이북
적당히 쌀쌀한 공기가 청량감을 주는 평일 오후 ‘술 먹는 책방’의 원조 격인 상암동 ‘북바이북’을 찾았다. 언뜻 봐서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동네 풍경과 잘 어우러져 있는 그곳의 첫인상은 그냥 요즘 흔한 책방 겸 카페 정도였다.
책을 읽은 누군가와의 교감
그런데 전시된 책들 대부분이 하나씩 혹은 두세 개씩 뭔가 적힌 쪽지가 있는 거다. 자세히 보니 그 책을 읽고 난 짧은 감상평인데, 책방을 찾은 손님들이 한마디씩 혹은 그림을 섞어 책을 추천하는 ‘책 꼬리’란다. 손글씨를 보기 힘든 요즘, 다양한 서체의 글들을 보니 마치 옆집 언니나 동네 친구가 “그럴 땐 이런 책이 좋아” “이 책은 이게 좋았어”라고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들과 교감하는 느낌이랄까. 백 마디의 서평보다 느낌 있는 한 줄의 감상이 더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배치된 책들은 신간부터 스테디셀러까지 다양했는데 트렌드와 고객의 취향을 바로바로 분석하고 반영해 매일 위치가 바뀌기도 한단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통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혹은 고객들끼리도 꾸준히 소통을 하면서 온라인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온라인서 나눈 의견을 오프라인인 책방에 반영하고 오프라인을 적극 활용해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성화하는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책도 읽고 작가도 만나고 공연 감상까지
1층에는 전시된 책들과 함께 간단한 음료와 주류를 마실 수 있는 탁자가 있고, 지하엔 강연이나 콘서트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지하로 내려가기 전 한쪽 벽면에 빼곡하게 적혀있는 그 달의 행사 일정을 보니 거의 매일 작가 강연이나 강좌, 콘서트가 있다. ‘작가 번개’로 저자와 수시로 만날 수도 있는데 근처 직장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까지 600회가 넘는 ‘작가 번개’로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한다. 또한 드로잉이나 수채화 클래스, 티 살롱, 명상, 마사지법 등 취미나 실용 강좌들도 흥미를 끌기 충분하다.
포털인 ‘다음’에서 일하던 자매가 2013년 시작한 이 책방은 점차 규모를 늘려 상암점과 판교점을 운영, 유명 작가들도 먼저 강연 제의를 할 정도로 상승세에 있다. 책을 콘텐츠로 접근해 분석하는 전문적인 역량과 ‘술 먹는 책방’이라는 콘셉트의 성공, 책 꼬리 아이디어와 활발하고 다양한 작가 강연 등이 어우러져 동네 책방의 성공모델로 우뚝 선 것이다. 책 꼬리를 쓰거나 책 두 권 사면 커피가 무료이고, 읽은 책을 되팔면 책값의 80%가 포인트로 적립돼 음료를 구매할 수 있고 되산 중고책은 70% 값에 판매하는 등 ‘착한 마케팅’도 고객을 모으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책과 음악과 술, 작가와 독자,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내는 이곳은 단순한 문화 공간을 넘어 고도의 힐링과 재미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 놀이터로 자리매김할 듯하다./강금희기자 ghk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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