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이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밤 12시면 어김없이 소등. 신선한 발상이 기특한 동네 앞 편의점 벤치는 산책 때마다 머무는 곳이다.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면 주인장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슬그머니 자리 잡고 앉아 불빛을 따라 일렁이는 밤공기를 즐긴다. 어수선한 일상에 잠깐의 여백이 허락되는 순간이다.
느긋한 편의점 앞 벤치처럼 내상 입은 삶을 다독이는 음악이 있다.
2003년에 발매된 해금연주자 김애라의 1집 ‘In Loving Memory’ 는 명주실을 꼬아 만든 두 가닥의 줄이 만들어 낸 원시적 사운드를 뉴에이지로 승화한 인상적인 앨범이다.
특히 7번 트랙에 실린 ‘a Lighthouse(하얀등대)’는 김애라의 처연한 연주와 담백한 기타, 건반의 하모니가 일품이다.
해금은 묘한 악기다.
고려 예종 11년(1116년) 중국에서 들어왔으니 무려 1,000년의 세월동안 한민족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 철사줄을 이용한 중국의 얼후와는 달리 부드러운 울림으로 깊숙한 감성을 건드린다.
봄빛 무르익은 주말.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현(二絃)이 만들어낸 뉴에이지의 선율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박문홍기자 ppmmhh6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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