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이 전 감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한 뒤 오후 9시 25분께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 피해자의 수, 추행의 정도와 방법 및 기간 등에 비추어 범죄가 중대하므로 도망할 염려 등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윤택 전 감독은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면서 “사실대로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사실도 있고 왜곡도 있다. 재판을 통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상습 성추행 혐의로 이 전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 6월 사이 여성 연극인 17명을 62차례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62건 성폭력 가운데 상습죄 조항이 신설된 2010년 4월 이후 발생한 24건에만 실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성폭력이 상습적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하고자 영장신청서에 62건 피해 사실을 모두 적시했다.
한편, 앞서 김수희 연출가는 지난 달 14일 새벽 자신의 SNS를 통해 이윤택 연출이 과거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metoo’(미투, 나도 당했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10년 전 지방공연 당시 이윤택 연출가로부터 성추행당한 일을 공개했다. 이윤택 연출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연극 ‘오구’의 지방공연 때였다며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후 이윤택을 둘러싼 성추행과 성폭행 폭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보리’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도 이윤택 전 감독에 의해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으며 배우 이승비, 김지현 역시 충격적인 고발을 이어갔다.
21일 오전 자신을 ‘2008년부터 연희단거리패에서 연극하는 오동식’이라고 밝힌 이 배우는 이윤택 전 감독 및 연희단거리패에 대해 내부 고발했다. 그는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한다. 그리고 선배를 공격하고 동료를 배신하고 후배들에게 등을 돌린다”며 이윤택에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연희단거리패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을 상세하게 적었다. 홍선주 전 연희단 거리패 단원 역시 21일 실명을 공개하며 김소희 연희단 대표가 자신에게 안마를 강요했다는 증언이 사실임을 밝혔다.
이후 상습적인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폭로가 이어진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부교수에 임용된 것으로 확인되며 후폭풍이 일었다. 그러나 임용 절차 중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미투’ 폭로가 이어지면서 홍익대는 김 대표를 이번 학기 강의에서 배제하기로 했음을 밝혔다.
경찰은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조력했다는 의혹도 수사했으나 처벌할 만한 혐의는 포착하지 못했다고 21일 밝혔다.
한편, 이 전 감독이 미투 폭로 이후 38일만에 구속되면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된 이들 중 두 번째 구속 사례가 됐다. 경찰은 앞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은 경남 김해지역 극단 대표 조증윤씨를 구속한 바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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