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는 상처받은 소녀를 구해내기 위해 그 소녀의 엄마가 되기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이보영은 극 중 수진 역을 맡았다. 아동학대를 당한 혜나(허율 분)를 데려와 윤복이라 부르고 사랑을 나눠줬으며, 이를 통해 자신 또한 어릴 적 부모에게 버려지며 받은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최근 이보영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tvN 수목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종영인터뷰를 나눴다.
“초반에는 생각보다 아동학대가 무섭고 외면하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영상으로 보는 아동학대가 저 정도로 무서우면 실제 아이들은 어떻겠나. 외면하지 말고 봐야하는 거다. 그리고 일본 아역은 훨씬 작고 귀엽다는 반응도 있었다. 9살도 학대당할 수 있고 구해줘야 한다. 원작과의 비교는 속상하기는 했지만 감수한 부분이었다.”
이보영은 “방송 일자가 다가오면서 좋은 원작을 건드려서 본전도 못 찾을 거 왜 했다고 했을까 생각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실제로 일본에서 먼저 방영된 ‘마더’는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정말 잘해봤자 본전일 수도 있는 상황. 그럼에도 이보영은 ‘마더’를 촬영하면서 너무나도 행복했고 그랬기에 만족한다고. 덕분에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도 괜찮았다.
“처음 대본을 받아서 오빠와 같이 읽었다. 원래는 조언을 잘 안 해주는데 딱 한마디 하더라. ‘윤복이와 너의 멜로네’라고. 어린애가 아니라 친구한테 말하는 듯한 대사들이 좋았다. 수진이는 윤복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내가 힘들었고 창피했고 위축됐던 것을 윤복이에게 가르쳐준다. 14회에서 ”사랑받는 아이는 어디서나 당당하다“는 대사가 좋았다. 아이에게 하는 말이라기 보단 그때의 나한테 가르쳐주고 치료해주는 느낌이었다. 위로를 받았다.”
그것이 바로 이보영이 ‘마더’를 고른 이유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머리 넘기면서 “너 나한테 반했냐”고 하는 대사, ‘신의 선물’에서는 방송국 독백신 등 장면에 꽂혀 드라마를 선택하는 그는 ‘마더’를 고를 때도 똑같았다. “김혜나 잘 들어. 지저분한 아이는 공격받아”라는 대사가 마음에 와 닿았던 것.
“아이를 낳고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통해 외국에 나가면서 느낀 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교육이라는 거다. 손톱을 깎고 화장실 물 내리는 것도 교육이었다. 그런 걸 가르쳐줄 어른이 없는 아이들이 있다. 제가 그런 말을 해주는 게 너무 좋았다.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직접 말하면서 가르쳐주고 싶었다.”
‘마더’는 대본, 연출, 연기 모두 잘 어우러진 드라마였다. 이보영은 “대본이 되게 좋았다”면서도 “문제는 한번 읽어서는 안 되더라”라고 말했다. 문어체가 많아 잘못하면 부자연스럽고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단조롭게 말하고 대신 눈으로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보영의 눈빛 연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짙어졌다.
워낙 감정이 절절하고 사연이 무거운 드라마인지라 연기할 때 힘들지 않았을까. 의외로 이보영은 “힘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현장에서 준비하는 동안은 웃고 장난치고 재밌었다고. 다만 촬영이 시작되면 막 눈물이 났단다. 심각한 연기를 할 거라고 마음먹고 가지는 않았지만 배우들과의 호흡을 통해 자연스레 젖어가게 되는 일이 많았다.
“윤복이는 정말 최고의 파트너였다. 너의 첫 번째 파트너가 돼서 영광이라고 카드도 썼다. 어떤 상대역보다 최고였다. 연기를 준비해오는 것, 현장에서의 태도가 그랬다. 춥기도 하고 짜증나는 상황도 있었을 텐데 인상 한번 쓰지 않고 투정도 안 부렸다. 웬만한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의젓했다. 연기를 해야 되는 애인 것 같다. 현장에서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대견했다.”
이보영은 ‘마더’를 통해 좋은 딸, 좋은 엄마를 만났다. 허율이 좋은 딸이었다면 이혜영이 좋은 엄마였다. 그는 “선생님을 보고 그렇게까지 울지 몰랐다”며 “제가 대사를 열심히 외우고 생각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좌지우지될 때가 많다. 선생님은 정말 너무 많이 주셨다. 그걸 받아서 한 거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에게 ‘마더’는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던 작품. 그렇다면 시청자들에게 ‘마더’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싶을까. 이보영은 자신의 헤어를 담당하는 원장님이 처음으로 본방사수하고 다시보기 한 작품이 ‘마더’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저를 잘 알지 않나. 작품에 몰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헤어 원장님이 ‘수진아 수고했다’며 안아주시는 데 되게 좋더라. 계속 다시 꺼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마음 속 한 켠에 뒀다가 엄마가 생각나거나 엄마가 됐을 때 봐주셨으면 좋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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